[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다시는 국가의 부재와 방임으로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사 당일 국가가 안전관리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에 김혜경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주기 기억식에서는 영상 추모사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그리고 피해자 여러분, 160개의 우주가 무너져 내린 지 어느덧 4년이 흘러 다시 10월이 찾아왔다”며 “어떤 위로도 충분할 수 없음을 알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즐거웠어야 할 가을밤이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던 그날, 국가는 없었다.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란 당연했던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고 회고했다.
희생자들이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리며 “국가가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태원의 그날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로 남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부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바로 세우기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전한 진상규명이야말로 완전한 치유의 출발이라는 일념 아래 지난 9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법’을 개정했고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2027년 9월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 하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진실이 재발 방지로 이어지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이자, 10·29 이후의 대한민국은 10·29 이전의 대한민국과 달라야 한다는 확고한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5일 공포·시행된 개정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한은 2027년 9월 16일까지 1년 늘었다. 피해자 인정 신청기한과 치유휴직 신청기한도 각각 2028년 3월 16일, 2028년 9월 16일까지로 1년씩 연장됐다.
이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드리는 약속이 국민 여러분의 삶 속에서 확실한 변화로 확인되도록 챙기겠다”며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선 가족이 저녁에 무사히 돌아오는 하루, 그 당연한 일상을 지키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에게는 국가가 먼저 다가가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가 마땅한 책무를 다하지 않는 동안 유가족들께서는 차가운 거리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다”며 “때로는 무관심과 오해를 견뎌야 했고 국가가 먼저 손 내밀었어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국가를 향해 진실과 책임을 요구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딛고 눈물로 ‘안전 사회’의 새 길을 열어온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2차 가해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희생자들의 존엄이 훼손당하는 일도, 애끓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유가족들의 상처를 국가가 두 번 세 번 헤집는 일도, 결코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추모사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희생되신 모든 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청와대에서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보다 우선할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참사 4주기를 앞두고 국민 생명 보호를 정부의 최우선 책무로 거듭 못 박은 셈이다.
‘별들의 빛으로, 진실을 향해’를 주제로 열린 이날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피해자, 조정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와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서울시가 공동 주최했다. 추모를 위해 방한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35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기억식은 오전 10시 29분 희생자 160명을 기리는 묵념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유가족 대표 인사와 추모영상 상영, 기억의 글 낭독, 추모공연이 차례로 진행되며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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