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경찰관 재판에 증인 출석…피해자에는 "미안합니다"
(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50대) 경감은 2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부실수사 경찰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착한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이면서 아들 장윤기 범행의 주요 증거물인 리얼돌을 폐기해 물의를 일으킨 장 경감은 이날 재판 후 법원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장 경감은 '피해자 이채원 양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미안합니다"라고,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아느냐는 물음에는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들이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대응했다.
장윤기가 저지른 범행의 증거를 없애더라도 '친족 특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결박 도구로 지목된 케이블타이에 대해서는 "그때는 그런 부분까지 생각을 못 했다"며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장 경감은 이에 앞서 법정에서도 1시간가량 이어진 증인 신문 내내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아들 자취방에서 훼손된 리얼돌을 처음 발견했을 때 '순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고 과거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을 확인한 장 경감은 "왜곡된 성 인식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리얼돌을 대형 쓰레기봉투 2개에 나눠 담아 각각 다른 지역에 배출한 사유로는 "유튜버 등이 찾아와서 보면 허위 내용으로 과장할까 우려돼서"라고 말했다.
범행 도구였던 차량이 어디 있었는지 찾아다닌 이유로는 "혹시 지인이 아들의 차를 타고서 범행했을 가능성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자취방을 서둘러 정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광주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아서 집 정리를 마음먹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공판에는 장윤기 사건 수사 초기 강간 살인죄 적용을 건의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원, 성범죄 목적 조사 필요성을 제안했던 광주경찰청 소속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등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증인들은 장윤기가 여고생을 곧바로 살해하지 않고 제압해 끌고 가려 했던 정황, 신뢰할 수 없는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이러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4일 속행 공판을 열어 증거인멸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57·구속) 경감과 팀원 김모(41) 경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 경감 등은 지난 5월 장윤기의 여고생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주요 증거인 케이블타이가 들어있는 SUV를 장 경감에게 돌려주기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장윤기 자취방을 압수수색하면서 심하게 훼손된 리얼돌 2개를 발견하고도 방치, 장 경감이 폐기하도록 도운 혐의도 받았다.
박 경감의 공소사실에는 SUV 압수수색 당시 촬영된 케이블타이 영상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부하 직원에게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김 경사는 과거 지구대 근무 시절 동료였던 장 경감에게 구속영장 신청 계획, 범행 인정 여부, 휴대전화 공기계 압수 사실 등 수사 상황을 여러 차례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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