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보육 확대 등 돈이 풀리는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물리적·화학적 통합의 뼈대가 될 교원 자격 개편과 지자체·교육청 간 재정 분담 논의가 막히면서 자칫 ‘반쪽짜리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8일 발간한 ‘유보통합 완성을 위한 남은 과제, 무엇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도 정부 예산안 기준 교육부 소관 영유아 교육·보육 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9조 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핵심인 유보통합 예산은 올해 추경 대비 46.9% 증가한 1조 2000억원 규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4년 6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보육 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고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8월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영유아 교육·보육 일원화 완성 시점이 당초 목표했던 2026년에서 2030년으로 수정되면서, 향후 4년간 재원과 제도가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는 0~2세 보육료 지원단가 3% 인상(1324억원 증액), 교직원 인건비 지원단가 인상 및 처우개선비 확대(907억 원 증액), 3세반까지 무상교육·보육 확대(1726억 원 증액) 등이 반영됐다.
재정 외형은 10조 원 안팎으로 커졌지만 세부 재원 구조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우선 주력 재원인 영유아특별회계는 종전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와 달리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전입분을 제외한 교육세 세입예산액의 60%를 일반회계로부터 의무 전입받도록 법률에 규정해 안정성을 높였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유보통합 완성 목표 시점과 동일한 2030년 12월 31일까지로 묶여 있는 한시 회계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과거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역시 3년 한시로 출발해 두 차례 연장된 전례가 있는 만큼, 2030년 통합 완성 이후의 항구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내년 예산부터 기존 영유아특별회계 사업이었던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사업(5269억 원)’을 넘겨받게 될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은 법적·구조적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 해당 기금의 설치 근거인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현재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총 4조 9000억원 규모인 교육·인재계정은 영유아 분야(5000억 원, 계정의 10.7%)뿐만 아니라 고등·평생교육과 인재 육성 사업에도 함께 쓰이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2028년부터 적용될 이 계정의 재원 산정 방식을 보면, 당초 내국세 세입 예산액과 추세치 중 작은 금액의 20.79%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교부금을 공제한 금액을 일반회계로부터 전입받도록 설계됐다.
즉 내국세 연동 구조 속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가 확대되면 미래대응기금으로 들어올 재원은 반비례해 쪼그라드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당초 교육부는 2024년 6월 실행계획을 통해 그해 말까지 통합교원 자격과 통합기관(가칭 영유아학교) 설립·운영 기준을 확정하고, 2025년 통합법을 제정해 2026년 통합교사 자격 도입, 2027년 신규 통합교사 양성(2031년 배출)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기관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모형을 둘러싸고 교원단체와 보육계 등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며 대국민 공청회가 파행된 이후, 통합교원 자격 및 양성체제 개편 논의는 2년 가까이 멈춰 섰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월 2만 원씩 인상하기로 했으나, 정작 핵심인 보육교사의 법적 지위를 ‘근로자’에서 ‘교원’으로 변경하는 과제는 통합법 제정이 미뤄지면서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통합기관 설립·운영 기준 역시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의 법제개선 연구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으며, 지난 8월 발표된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에서도 통합교원과 통합기관 관련 구체적 목표는 아예 빠졌다.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폭탄 돌리기’도 해묵은 갈등 요인이다. 현재 시·도 및 시·군·구 지자체가 맡고 있는 지방 보육 사무와 인력·자산을 시·도교육감에게 이관하는 이른바 ‘유보통합 3법(지방교육자치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2024년 10월 발의된 이후 재정 이관을 둘러싼 이견으로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연내 3법 개정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여야 합의와 기관 간 조율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갈등의 핵심은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투입해 온 보육비 처리 문제다. 지자체들은 2025년 기준 국고 대응투자(3조 2000억원)와는 별개로, 자체사업 예산 2조 원을 편성해 관내 어린이집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측은 보육 사무가 교육청으로 넘어가는 만큼 이 2조 원의 자체 지원금 부담 역시 시·도교육청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에 계류 중인 3법에는 이관해야 할 지방 재원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교육청과 지자체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단계적 무상교육·보육 지원 대상을 지난해 7월 5세 유아에서 올해 4~5세로 넓혔고, 내년에는 3~5세 전체(6429억 원)로 확대한다. 어린이집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사업도 올해 0세반(1대 3→1대 2)을 시작으로 내년 1세반(1대 5→1대 4), 2028년 2세반(1대 7→1대 6)까지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사업 안착 속도는 정부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0세반의 교사 대 아동 비율(교사 1인당 아동 2명 이하 운영) 개선 사업 전체 평균 참여율은 55.1%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기는 데 그쳤다.
특히 설립 유형별 양극화가 극심한데 가정어린이집 참여율은 74.1%에 달한 반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의 참여율은 35.5%로 전체 유형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협동(64.1%), 직장(60.4%), 법인·단체(56.5%), 사회복지법인(54.0%), 민간(52.1%) 어린이집과 비교해도 국공립의 참여 저조가 두드러진다.
이는 정부의 단편적인 지원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현재 정부는 인건비 지원 어린이집에는 인건비를, 미지원 어린이집에는 보육료를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으로 교사 추가 채용 비용만 보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정원이 꽉 찬 국공립어린이집 등이 교사 1명당 아동 수를 줄이려면 기존 반을 쪼개 새로운 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보육실 증설이나 공간 개조 등 시설 투자비는 지원 범위에서 빠져 있다. 유휴 공간이 없는 기관으로서는 인건비 지원을 받더라도 물리적으로 반을 늘릴 수 없어 사업 참여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상교육·보육 확대에 따른 학부모들의 양육비 체감 효과 역시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온도 차가 뚜렷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기준) 추이를 보면, 유치원 납입금 지수는 2025년 4월 67.77에서 올해 4월 39.72로 1년 새 41.4%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이용료 지수는 85.49에서 69.81로 18.3% 감소하는 데 그쳐 경감 폭이 유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본 보육료와 유아교육비 지원이 늘었음에도 현장학습비, 특성화활동비 등 학부모가 추가로 지갑을 열어야 하는 방과후과정비와 기타필요경비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새로운 유보통합 로드맵’에 얼마나 정교한 재원 분담 원칙과 입법 이행 시간표가 담기느냐가 정책의 최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최해인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유보통합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통합교원 자격과 통합기관 기준 확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만큼 2030년까지의 단계별 입법 이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추진 상황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오는 11월 제시될 새 로드맵에는 2030년 일몰되는 영유아특별회계 이후의 재원 확보 방안과 지자체·교육청 간 명확한 재정 분담 기준은 물론, 기관별 시설 여건을 반영한 사업 설계와 기타필요경비 등 실질적인 학부모 부담 경감 대책이 종합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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