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웹소설과 웹툰에서 흥행한 콘텐츠가 공연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형성한 독자층과 인지도를 활용해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원작의 조회수가 높다고 공연의 흥행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이야기를 소비하는 환경과 공연 관객이 티켓을 구매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IP(지식재산권) 사업의 성과를 가르는 기준도 원작의 인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서 나아가, 매체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쇼노트와 롯데컬처웍스가 공동 제작하는 창작 뮤지컬 ‘세이렌’은 이 같은 사업적 과제를 안고 있다. 설이수 작가의 웹소설과 포야 작가의 동명 노블코믹스를 원작으로, 2027년 3월 24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카카오페이지 기준 웹소설과 웹툰의 누적 조회수는 합산 2억5000만 뷰로, 두 콘텐츠 모두 밀리언페이지를 달성했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대극장 공연의 관객 수요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원작의 흥행 자산, 공연시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나
웹소설과 웹툰의 흥행 이력은 공연 제작사에 몇 가지 사업적 이점을 제공한다. 이미 알려진 세계관과 인물, 독자 반응을 바탕으로 작품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고, 원작을 알고 있는 잠재 관객에게 공연 소식을 전달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처음부터 알리는 작품과 비교하면 초기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다만 누적 조회수와 티켓 구매자는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조회수에는 반복 열람이 포함될 수 있으며, 콘텐츠를 읽은 모든 이용자가 공연 관람에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다. 독자가 원작을 좋아하더라도 공연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티켓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뮤지컬이라는 매체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실제 구매 여부가 달라진다. 따라서 원작의 누적 조회수는 잠재적 인지도를 보여주는 지표이지, 공연의 예상 관객 수나 매출을 직접 산출하는 근거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이 차이를 줄이려면 원작 팬덤의 규모뿐 아니라 공연 관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작 독자의 연령과 소비 성향, 공연장 접근성, 장르에 대한 선호, 티켓 가격에 따른 구매 의향 등이 관객 확보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을 겨냥한 마케팅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되 관객의 실제 구매 조건에 맞춰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세이렌’의 서사는 공연화 과정에서 필요한 창작적 과제도 보여준다. 작품은 악마의 저주를 물려받은 발렌타인 가문의 대공 로이드와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이렌 아리아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로맨스 판타지의 세계관과 인물 관계를 무대에서 구현하려면 웹소설의 내면 묘사와 웹툰의 시각적 표현을 음악과 연기, 무대미술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원작의 내용을 얼마나 많이 담느냐보다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인과관계를 공연 시간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방대한 서사를 무리하게 압축하면 인물의 선택과 관계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수 있고, 원작의 설정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면 노래와 연기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의 특성이 약해질 수 있다. 원작 팬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경험으로 제공하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별도의 사전 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이 각색의 과제다.
제작진에는 극작가 김솔지, 작곡·편곡가 브랜든 리, 연출가 박소영, 안무감독 이현정 등이 참여한다. 무대디자이너 서숙진과 무술감독 서정주도 합류했다. 이들의 협업은 원작의 세계관을 공연 언어로 바꾸는 데 필요한 창작 과정이다. 다만 제작진의 이력이나 원작의 인지도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음악과 대본의 완성도, 배우의 표현력, 무대 구현 수준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원작의 흥행 자산을 공연의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제작비 회수부터 후속 사업까지, IP 밸류체인의 과제
IP를 공연으로 전환하면 새로운 매출 기회가 생기는 동시에 별도의 비용 구조가 형성된다. 뮤지컬은 대본과 음악 개발, 배우와 창작진 섭외, 무대 제작, 공연장 대관, 홍보 등에 자원이 투입된다.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공연 기간과 회차, 좌석 수에 따라 판매할 수 있는 티켓 규모에도 한계가 있다. 관객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증가할 수 있지만, 제작비와 운영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의 유료 관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작의 인지도는 사업성 평가의 한 항목으로 다뤄야 한다. 제작사는 예상 티켓 판매량과 평균 티켓 가격, 공연 회차, 객석 점유율 등을 바탕으로 매출을 추산하고, 제작비와 운영비를 고려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관객 규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작의 조회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낙관적인 관객 수요를 가정하면 실제 판매 성과와 비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원작 팬덤이 얼마나 큰지뿐 아니라 그중 어느 정도가 유료 관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콘텐츠의 매체 전환은 원작자와 플랫폼, 공연 제작사 사이의 협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작의 공연화 권리와 활용 범위, 계약 기간, 수익 배분을 명확히 정해야 하며, 공연 제작에 참여하는 창작진의 권리와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 IP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계약과 권리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제작사가 투자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후속 콘텐츠 개발도 지속할 수 있다.
웹소설과 웹툰, 뮤지컬이 같은 IP를 공유하면 소비자가 작품을 접하는 경로도 넓어진다. 공연 관객이 원작을 찾아보거나 기존 독자가 공연을 관람하는 교차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측정해야 한다. 공연 티켓 판매와 원작의 열람·구매 변화, 신규 관객 유입 등을 구분해 살펴야 각 매체의 성과와 상호 연계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공연 한 편의 흥행을 넘어 후속 제작과 해외 진출 등 추가 사업의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원작의 인지도 외에도 다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의 보편성, 음악과 연출의 완성도, 현지 관객의 취향과 제작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 후속 사업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개별 시장의 수요와 권리 관계, 추가 투자 가능성을 검토해 추진해야 하는 별도의 과제다.
뮤지컬 ‘세이렌’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공연시장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성과를 가늠하려면 원작 팬덤의 실제 관객 전환, 신규 관객 확보, 제작비 회수, 공연 이후 원작 소비의 변화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IP의 가치는 여러 매체로 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원작의 매력을 각 매체에 맞게 재해석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며, 창작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마련할 때 콘텐츠의 활용 범위도 실질적인 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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