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마 위 두부를 천으로 눌러 물기를 빼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찬바람이 불면서 두부를 넣은 찌개와 전골을 끓이는 날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한 모를 사 오면 한 번에 다 쓰지 못하고, 뜯어 둔 채 냉장고 구석에서 며칠을 보내다 결국 처치 곤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남은 두부를 냉동실에 넣으면 버리는 양이 줄 뿐 아니라, 같은 두부가 전혀 다른 식감의 재료로 바뀐다.
얼린 두부는 망친 두부가 아니라 따로 팔리는 식재료다
두부는 얼리면 푸석해져서 못 먹는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다. 원래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리에 쫀득하고 스펀지 같은 새 식감이 생긴다. 해외에서는 마트 냉동 코너에서 냉동 두부를 별도 제품으로 파는데, 알고 보면 두부를 얼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집 냉동실에서 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똑같이 만들 수 있다.
두부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지만 순두부·연두부처럼 연한 것은 쉽게 부서지므로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처음 시도한다면 찌개·부침용으로 쓰는 단단한 판두부로 시작하는 편이 실패가 적다.
싱크대 위에서 두부를 양손으로 짜 물을 떨어뜨리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물이 얼면서 두부의 기존 구조를 부수는 것이 원리다
두부 속에는 물이 가득 들어 있다. 이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면서 두부가 원래 갖고 있던 구조를 무너뜨리고, 녹을 때 얼음 알갱이가 물로 빠져나가면 그 자리에 구멍만 남는다. 산호초처럼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뚫린 조직이 새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이 빠지고 구멍이 생겼으니 식감이 달라진다. 밀도가 높아져 단단하고 쫄깃해지며, 고기 같은 씹는 맛이 난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볶음·전골·국에 넣어도 모양을 더 잘 유지하고 잘 부서지는 성질이 줄어든다. 구멍은 양념과 국물을 머금는 주머니 구실도 해서 스펀지처럼 소스와 육수를 빨아들인다.
보관 면에서도 이득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은 가정에서 냉장식품을 5도 이하로 보관하라고 안내하고,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냉동한 두부는 냉장실에 둘 때보다 훨씬 오래 두고 쓸 수 있어서, 한 모를 다 못 먹을 것 같을 때 미리 소분해 얼려 두면 버리는 일이 줄어든다.
스테인리스 볼 곁에서 두부 조각을 꽉 쥐어 물을 흘리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물기를 눌러 빼고 용도에 맞게 썰어야 해동 뒤에 쓰기 편하다
먼저 두부의 물을 따라 버리고 깨끗한 면포나 키친타월 여러 겹으로 감싼다. 그 위에 납작한 접시나 가벼운 무게를 올려 15~30분 정도 두면 겉에 밴 물기가 빠진다. 무거운 물건으로 세게 누르면 모서리가 갈라질 수 있으니 가벼운 것을 올린다. 물기를 뺀 두부는 쓸 용도에 맞춰 썬다. 큼직한 정육면체로 썰면 전골과 조림에, 도톰한 판으로 썰면 굽거나 부칠 때 편하다.
썬 두부는 쟁반에 겹치지 않게 펼쳐서 얼리거나 밀폐용기·냉동용 지퍼백에 담는다. 한 번에 쓸 분량씩 따로 담거나 층 사이에 랩을 깔아 두면 필요한 만큼만 꺼내 녹일 수 있다. 단단히 얼 때까지 대략 4~6시간이 걸리고, 쟁반에 얼렸다면 다 언 뒤 밀폐용기로 옮겨 담는다. 얼린 두부가 노랗게 변해도 정상이니 버리지 않아도 된다.
포장째 그대로 얼리는 방법도 있다. 물기를 빼고 눌러 두는 쪽은 분량과 모양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포장째 얼리는 쪽은 손이 덜 간다. 다만 물에 잠긴 채 판매되는 국내 포장 두부는 포장째 얼리면 물까지 한 덩어리로 얼어붙어 소분하기 어려우므로, 나눠 쓸 계획이라면 물을 따라내고 용기에 옮기는 쪽이 편하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하룻밤, 급하면 밀봉해 찬물에 담근다
얼린 두부는 쓰기 전날 밤 냉장실로 옮겨 하룻밤 두면 자연스럽게 녹는다. 급할 때는 밀봉한 포장이나 지퍼백째 찬물에 담그거나 흐르는 물을 맞히는 방법을 쓴다. 따뜻한 물이나 실온에서 녹이는 것은 피한다. 식약처가 식중독균이 잘 자란다고 안내하는 위험온도대가 약 4~60도인데, 실온에 두면 두부가 한참 이 구간에 머물기 때문이다.
다 녹은 두부는 구멍마다 물이 가득 차 있으므로 한 번 더 눌러 물기를 짜 준다. 손바닥 사이에 끼워 지그시 누르거나 키친타월로 감싸 꾹 짜면 되는데, 조각이 부서질 만큼 세게 짜지 않는다. 물기를 짠 두부는 스펀지처럼 양념을 빨아들이는 상태가 되므로 양념을 곧바로 부어도 잘 스며든다. 한 번 녹인 두부는 다시 얼리지 않고 쓸 만큼만 꺼내 쓰도록 처음부터 소분해 두는 것이 좋다.
주방 수도꼭지 아래에서 두부를 양손으로 눌러 물을 빼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찌개와 전골은 얼린 채로, 부침과 구이는 녹여서 쓴다
찌개·전골·국처럼 국물 요리에는 얼린 두부를 해동하지 않고 그대로 넣어도 된다. 끓는 동안 자연스럽게 녹으면서 육수를 머금어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국물이 배어 나온다. 국물이 묽어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미리 녹여서 물기를 짜 넣는다.
팬에 굽거나 부치거나 볶을 때는 미리 해동해 물기를 짜는 것이 낫다. 얼음이 녹은 물이 팬에서 나오면 기름이 튀고 표면이 노릇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기를 뺀 조각은 겉이 단단하게 구워지고 속은 쫄깃하게 남는다.
조림과 양념 재우기에도 잘 맞는다. 녹인 두부를 간장 양념에 재우거나 졸이면 구멍 속까지 간이 배어든다. 불고기 양념처럼 맛이 진한 소스를 곁들일수록 냉동 두부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데, 같은 원리로 다른 재료와 함께 졸이는 조림이나 전골 한 냄비에 넣을 때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건지는 맛이 좋다.
접시 곁 싱크대에서 두부를 움켜쥐어 물을 흘리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매끈한 식감이 필요한 요리에는 얼리지 않은 두부를 쓴다
냉동 두부가 만능은 아니다. 해동한 두부는 원래의 부드럽고 매끈한 식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찬 두부를 그대로 썰어 먹는 요리나 순두부찌개처럼 말랑한 맛이 핵심인 음식에는 얼리지 않은 두부가 낫고, 찌개·볶음·구이처럼 열을 가하는 요리에 냉동 두부를 쓰는 것이 알맞다.
냉동할 때는 얼마나 쓸지 먼저 가늠해 소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 쓸 분량만 담긴 주머니가 냉동실에 있으면, 퇴근길에 장을 보지 않아도 전골 한 냄비를 바로 끓일 수 있다. 지퍼백에 담을 때는 공기를 최대한 빼고, 냉동실 문을 자주 열어 온도가 흔들리지 않게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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