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퇴직연금 RA가 정식 제도권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높은 수익률보다 장기 운용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DC형까지 시장이 확대되면 RA가 맡을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크게 느는 만큼 알고리즘의 성과뿐 아니라 회전율과 비용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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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땐 가입 한도·절차 손질 불가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퇴직연금 RA 일임 사업자들에게 DC형 확대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과 함께 RA 사업의 회전율, 알고리즘 운용 방식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RA가 실제 연금 자산을 장기간 맡길 수 있는 운용 구조인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사업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 RA의 전체 통합 평균 운용 수익률이 개인형 IRP 전체 대비 수익률보다 높게 측정됐다”며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서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RA 사업의 정식화 및 DC형으로 확대 검토 등을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RA 정식 도입을 위해 우선 풀어야 할 문제는 가입 한도다. 현재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는 IRP 계좌당 연간 9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신규 자금 유입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연간 900만원으로 한도가 묶이면 적립금 규모가 큰 가입자는 전체 자산 가운데 일부만 RA에 맡길 수 있어 일임 서비스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체계도 과제다. 대형 금융회사는 계열 운용사 상품을 RA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간접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소형 RA 전문 업체는 운용 성과보수 외에는 수익원이 제한적이다. 수수료 부과 방식을 업계 자율에 맡길 경우 대형사를 중심으로 과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져 소형 업체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RA는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비중을 조절하는 서비스”라며 “운용 가능 금액이 지나치게 제한되면 자산배분 효과를 충분히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매사 입장에서도 RA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복잡한 일임계약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운용방식·신뢰성 점검해야”
알고리즘의 운용 방식도 점검 대상이다. RA는 알고리즘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리밸런싱(비중 조정)과 매매를 수행한다. 알고리즘별 운용 전략에 따라 매매 빈도와 회전율에도 차이가 난다.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고리즘의 경우 리밸런싱이 잦아지고 이에 따른 거래비용이 장기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십 년간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단기 성과뿐 아니라 비용을 감안한 장기 수익률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금감원이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 RA 사업자들에게 알고리즘 운용 방식과 회전율 자료를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운용 특성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고리즘 자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장치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RA 시장이 커질수록 여러 알고리즘이 비슷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군집행동’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국내 RA 알고리즘의 일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시장이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알고리즘 간 수익률 격차가 줄어드는 군집 현상이 관찰됐다. 여러 알고리즘이 동시에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시장 하락 충격을 키우거나 가격 발견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는 수익률 개선, 개인 투자자의 운용 편의성 제고, 운용 비용 절감, 노후 소득재원 확충,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알고리즘의 한계 및 예측 실패 가능성, 책임 소재 불명확성, 사이버 보안 문제, 이해상충 및 불완전판매 우려 등 복합적인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예외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알고리즘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검증 및 개선 체계가 필요하다”며 “RA 투자 결정에 따른 손실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규제 체계 정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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