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서울에서 향후 2~3년간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이 집중되면서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정비구역 66곳에서 멸실 예정인 주택은 4만8000가구를 넘어섰다.
한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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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정비사업으로 인한 주택 멸실이 증가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 우려
4만8000가구 이상 멸실 예정
용산구, 관악구, 영등포구 등에서 멸실 물량 집중
전체 멸실 물량의 65.8%가 상위 5개 구에 집중
주택정비형 재개발이 59% 차지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 가능성
저렴한 월세·반전세 주택 감소 우려
서울 임대차 시장 월세 중심으로 재편
이주 수요 분산 및 대체 주택 공급 필요성
서울시와 자치구의 이주 시기 조율 필요
3기 신도시 등 대체 주택 입주 일정 연계 필요
정비사업 자체를 늦추기보다 이주 시기 분산 강조
정부, 수도권에 공적주택 약 10만가구 입주 계획
부동산 전문가들, 정책 역량 집중 필요성 강조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기존 주택이 먼저 사라지는 만큼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시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정비구역은 66곳, 멸실 예정 물량은 4만8249가구로 집계됐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절차 등을 거치게 되는 만큼 향후 수년간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는 용산구가 7개 구역, 8336가구로 가장 많았다. 관악구가 6개 구역 6652가구로 뒤를 이었고 영등포구(10개 구역·6215가구), 송파구(5325가구), 서대문구(5232가구) 순이었다. 상위 3개 구에 전체 멸실 예정 물량의 43.9%, 상위 5개 구에 65.8%가 집중됐다. 정비사업이 집중된 일부 지역에서 이주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주택 공급 기반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이주 과정에서 저렴한 월세·반전세 주택이 줄어들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멸실 예정 주택의 상당수가 서민 임차인이 거주하는 소형 주택이라는 점이 변수다.
사업 유형별로는 주택정비형 재개발이 2만8670가구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재개발 구역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주택도 적지 않다.
서울 임대차 시장이 이미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임대차 거래는 월세 1만6000건, 전세 8000건으로 월세 거래가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저가 임대주택이 줄어들 경우 주거비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차인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정비사업장의 이주 일정도 변수로 꼽힌다. 1000가구 이상 멸실이 예정된 구역은 12곳으로, 이들 구역의 물량은 2만9849가구에 달한다. 전체 멸실 예정 물량의 61.9% 수준이다.
단일 구역으로는 관악구 신림1구역이 4410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3530가구), 용산구 한남4구역(3423가구), 송파구 마천3구역(3036가구), 영등포구 신길제2구역(2790가구), 용산구 한남5구역(2635가구) 등도 대규모 이주 수요가 예상되는 사업지다. 용산구는 한남4·5구역의 멸실 예정 물량만 합쳐도 6000가구를 웃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사진=강민석 기자
정비사업은 서울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수단이지만, 기존 주택이 멸실된 뒤 새 주택이 공급되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이주 수요를 분산하고 대체 주택 공급을 적기에 연계해 주택 공급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향후 서울 정비사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에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대규모 이주가 예상되는 주요 정비사업지의 이주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생활권에서 이주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인근 전·월세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나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자체를 늦추기보다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대체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같은 생활권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겹치지 않도록 서울시와 자치구가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협의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주 시기에 맞춰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주 일정과 전·월세 매물량, 거래량, 가격을 상시 모니터링해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도 "정비사업을 늦추는 것은 답이 아니다. 정비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민간임대에 시간을 줘 전환기 공백을 막고, 이주 시기를 사업장별로 분산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 등 대체 주택 입주 일정과 연계해 전·월세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통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수도권에 공적주택 약 10만가구를 입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입주를 추진하고, 규제지역 내 공공매입임대도 내년까지 수량 제한 없이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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