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코스피가 인공지능(AI) 대표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힘입은 미국 증시의 기술·반도체주 강세를 따라 27일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려난 지수가 ‘AI 훈풍’을 계기로 5,500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83포인트(1.46%) 떨어진 5,469.47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약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장 초반 5,499.05(전장 대비 0.92% 하락)로 출발한 뒤 한때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지만 상승 흐름을 이어 가지 못했다.
수급은 외국인 매도가 지수를 짓눌렀다. 정규장에서 외국인은 6,97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키웠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474억원, 6,110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애프터마켓까지 합산해도 외국인 6,526억원 순매도, 개인 331억원·기관 5,812억원 순매수로 비슷한 구도가 이어졌다.
국내 증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실적 발표, 미 중간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게 깔린 모습이다.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방향성 베팅을 자제하면서 지수는 종일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 반도체주도 힘을 쓰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특별배당 추진설이 돌며 장 초반 3%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16%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 역시 약세 출발 후 반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1.16% 내리며 장을 마쳤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24.48포인트(3.26%) 급락한 727.21로 마감, 지난 7월 31일(719.7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위기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전됐다. AI 모델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0.83% 올랐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각각 0.28%, 0.70% 상승했다.
앤트로픽은 이번 IPO에서 최대 2조달러(약 2,7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달러(약 133조원)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데뷔가 된다. AI 산업의 성장성과 비용 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약 21조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807억4,800만달러(약 107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이 중 약 724억달러는 전환사채(CB)와 파생상품 가치 변동에 따른 비현금성 비용으로 파악된다. 본업의 매출 성장이 뚜렷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AI 수익성 논란’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앤트로픽의 빠른 매출 성장은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며 “이번 IPO는 AI 수요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고 있고, AI 기업들의 높은 기업가치가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이벤트인 만큼 11월 중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앤트로픽은 신고서의 약 4분의 1을 AI의 위험성과 자사가 처한 부정적 여건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개사에 집중돼 있어 첨단 칩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업체의 생산시설이 미국 외 지역에도 분산돼 있어 수출입 통제, 제재, 관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AI 수익성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자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AMD는 2.80%, 마이크론은 2.98%, 브로드컴은 2.33% 각각 상승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4.09% 급등했다.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82% 오르며 강세를 연출했다.
국제유가 하락도 투자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튀르키예 고위 당국자들의 이란 방문 소식에 중동 지역 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 대비 0.78%,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6% 떨어졌다.
개별 기술주 가운데서는 테슬라가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투자 의견 상향과 스페이스X와의 인수·합병(M&A) 가능성 부각에 힘입어 5.21% 급등했다. 엔비디아도 2.39% 상승했다. 반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950억달러 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메타 플랫폼은 1.88%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는 0.97% 올랐고,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는 2.63% 상승 마감했다. 미국발 AI·반도체 훈풍이 한국 증시에도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코스피가 미국 AI·반도체주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이날 앤트로픽 IPO 신청서발 미국 AI와 반도체주 투자심리 호전과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등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FOMC에서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결정,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실적 발표, 미 중간선거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둔 경계감이 남아 있는 만큼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AI 훈풍이 단기 반등을 넘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대외 변수의 향방과 함께 국내 반도체 실적과 수급 개선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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