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만 조합원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이 첫 합을 겨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의 3선 도전, 사회적 대화 전략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건물에서 '직선 5기 입후보자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마를 선언한 4개 선본의 위원장 후보가 이 자리에서 정견을 밝혔다. 기호 순으로 1번 엄길용 후보, 2번 양경수 후보, 3번 김민영 후보, 4번 최준식 후보가 참석했다.
각 후보가 미리 준비한 기조발언문에서 드러난 첫 쟁점은 양경수 후보가 이끈 지난 6년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와 그의 3선 도전이었다.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을 책임지겠다고 세 번째로 조합원 앞에 서게 됐다"며 "윤석열 정권의 위세에 눌려 모두가 주춤하던 시기 민주노총은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했고 정권 퇴진의 깃발을 가장 먼저 들었으며 계엄 철회 총파업을 선언하고 윤석열 구속을 위한 한남동 투쟁을 선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길을 여는 민주노총. 투쟁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붙여준 자랑스러운 이름"이라며 "조합원과 시민의 기대에 부응해 시대전환의 길을 여는 민주노총으로 힘차게 나서자"고 했다.
반면 최준식 후보는 "양경수 집행부 6년의 노선은 파탄 났다"며 "원칙 없는 대정부 관계는 민주노총을 정부의 하위 파트너로 끌어내렸다. 결정만 있고 조직화 없는 총파업은 투쟁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민주적 숙의 대신 직권 상정과 표 대결이 되풀이됐고, 임기 말 밀어붙인 사회적 교섭 안건은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민영 후보도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권하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며 "위원장이 직접 보수정당 이재명 후보의 조직적 지지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우물쭈물하다 원청교섭을 무력화하는 노조법 시행령 해석지침 공격을 선제 대비하지 않았다. 투쟁을 방치하고 전략 없이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다 초광역특구법 뒤통수를 맞았다"고 공세를 폈다.
엄길용 후보는 "세 후보 모두 민주노총을 아끼는 마음은 저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면서도 "철 지난 '대화의 필요성'만 두고 소모적인 패권이 발동되고 있다", "고인 물은 썩고 멈춰 있으면 정체한다"며 양 후보를 겨냥했다.
양경수 후보가 최근 위원장 직권 상정을 통해 대의원대회 통과를 시도했으나,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를 둘러싼 공방도 있었다. 대화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이는 없었으나, 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양경수 후보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일부 대의원의 조직적 이석으로 사죄적 교섭 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의 뜻을 확인하고 당선 즉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하고 교섭과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엄길용 후보는 "투쟁이 없는 대화는 양보로 이어진다. 대안이 없는 교섭은 필패한다"며 "투쟁을 모아 그 힘으로 승리하고, 그 승리를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을 슬기롭게 하나로 모아온" 민주노총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 후보는 "대화는 전략 준비가 핵심이다. 권리 후퇴를 의제로 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대화판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선 의제 합의 전략으로 (민주노총이) 끌고 가는 대화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준식 후보는 "AI, 기후, 인구라는 3대 의제를 산별 노조들과 함께 미리 준비하고 교섭의 경과와 결과를 조합원과 낱낱이 공유하겠다"며 "(지도부) 결정이 끝난 뒤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 단계부터 노동이 주도하는 공세적 사회적 교섭을 펴겠다"고 했다.
네 후보는 사회적 대화와 연계하거나, 그와 별개로 추진할 정책 공약도 꺼냈다.
엄길용 후보는 △기업 초과이윤 및 재벌 잉여금 환수 법제도 △징벌적 기후과세 △경제정책, 산업정책, 정부 예산을 아우르는 사회적 교섭 △플랫폼 노동 조직 강화 △16개 산별 체제에 갇히지 않는 공동투쟁 기획 등을 공약했다.
양경수 후보는 △노동중심 산업 전환을 중심에 둔 사회적 교섭 및 산업·업종별 분과위원회를 통한 산별교섭 발판 마련 △노동시간 단축 △재벌 초과이윤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 배분 △청년고용 증대, 교육·의료·돌봄·주거 공공성 강화에 초과세수 사용 등을 말했다.
김민영 후보는 △민주노총당 창당 △돌봄·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가짜 3.3·이주노동자 등 조직을 통한 400만 민주노총 시대 △16개 산별노조를 50여개 동일업종 산별노조로 재편 △AI 통제 및 이익 분배 방안 마련 등을 앞세웠다.
최준식 후보는 △정파가 아닌 산별노조 중심 노조 운영 및 산별·지역 토론 활성화 △산별·초기업 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 도입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및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강화 △메가특구법 저지 등을 약속했다.
한편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운동 기간은 다음달 18일까지다. 투표는 다음날인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간 진행된다. 16개 지역본부의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임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된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뛰어든 각 선본의 후보별 약력은 다음과 같다. 기호 1번은 직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위원장인 엄길용 후보가 위원장 후보로 입후보했고, 이승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 박옥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이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했다.
기호 2번은 직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양경수 후보가 위원장으로 입후보했다. 정재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 엄미경 직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했다.
기호 3번 위원장 후보는 김민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장이다. 문화현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전남본부장은 수석부위원장 후보, 안지섭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곡성지회 조합원이 사무총장 후보로 입후보했다.
기호 4번은 최준식 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위원장 후보로 나왔고,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 황우찬 전 금속노조 포항지부장이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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