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원한이 대형 참사로…‘분노형 방화’ 악순환, 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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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원한이 대형 참사로…‘분노형 방화’ 악순환, 막을 방법 없나

투데이신문 2026-10-26 16:30: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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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분풀이나 대인 갈등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는 이른바 ‘분노형 방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한에 따른 범죄는 사전에 범행을 예측하기 어렵고 기존 사회적 감시망으로 포착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위험군 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실질적 대응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으로 구속된 70대 남성 이모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범행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씨가 불을 지르기 전 특정 직원을 찾았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빌딩 4층 사무실 출입구 앞에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불길이 번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특히 이씨가 엘리베이터 앞에 불을 지른 것을 두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의 대피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이씨는 첫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으나 이후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주 중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분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씨의 정신질환 병력과 관련한 기록도 확보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부터 낮 12시 1분 사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두 빌딩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중상자 5명과 경상자 14명 등 모두 19명이 다쳤다.

이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이들에게 겁을 주고 관련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지난 22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 2022년에도 이번 방화 사건이 발생한 역삼동의 특허법인 두 곳을 잇달아 찾아간 바 있다.

당시 이씨는 자신이 개발한 운동기구의 국내외 디자인 및 특허 출원을 진행하면서 종이 형태의 등록증 발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종이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법인 측의 설명을 듣고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법인 측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두 곳을 차례로 방문했고 사무실 관계자들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리며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건으로 이씨는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출소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이들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 7월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소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발생해 당국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7월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소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발생해 당국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씨의 사례처럼 개인적인 원한이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불을 내는 등 방화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 방화 사건은 2022년 1233건, 2023년 1203건, 2024년 1015건, 지난해 927건이다. 올해도 9월까지 700건이 발생했다. 

올해 7월 경북 경산에서는 아파트 운영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5명이 숨졌다. 지난해 5월에는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데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이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질렀다.

방화는 인화성 물질 등 범행에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순간적인 분노가 다수의 인명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특히 개인적인 원한이 해소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 이후에도 유사한 범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어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소청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전체 방화 피의자 가운데 재범자는 2022년 82명, 2023년 55명, 2024년 3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방화 범죄자의 재범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관리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범죄자 등과 달리 방화 범죄자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실시간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계당국이 재범 위험자의 움직임이나 추가 범행 준비 정황을 사전에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는 방화가 재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큰 만큼 재범 위험군을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화는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인만큼 범죄자의 위험도를 분석하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자발찌가 재범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위험도 분석과 사후 관리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자감독이 이뤄지게 될 경우 재범 위험이 높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위험 징후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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