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남쪽서 온 귀한 손님, 훌쩍 자라 힘찬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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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의 새록새록] "남쪽서 온 귀한 손님, 훌쩍 자라 힘찬 날갯짓"

연합뉴스 2026-10-26 06:3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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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태어난 흰배뜸부기 새끼들, 가을엔 홀로 사냥하며 습지 누벼

어느덧 훌쩍 자란 흰배뜸부기 유조 어느덧 훌쩍 자란 흰배뜸부기 유조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우거진 풀숲 사이에서 살며시 나와 가시연잎 위를 누비며 먹이활동을 하는 훌쩍 자란 흰배뜸부기 새끼(유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미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까만 솜뭉치 같던 새끼는 어느새 혼자서 가시연습지를 자기 안마당처럼 성큼성큼 연잎을 밟고 다니고, 가끔 높게 점프하거나 빠르게 날아다니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경포가시연습지에 처음으로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번식한 흰배뜸부기 가족 이야기이다.

경포호의 깃대종인 가시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 자라는 경포가시연습지에 흰배뜸부기 새끼들이 꼬물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폭염과 열대야가 극심했던 지난 여름이다.

경포가시연습지의 흰배뜸부기 가족의 8월 모습 경포가시연습지의 흰배뜸부기 가족의 8월 모습

[독자 오길수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월 하순 경포가시연습지에 출현한 흰배뜸부기는 번식 시기로는 다소 늦은 8월 중순 다섯 마리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아열대성 조류인 흰배뜸부기가 강릉이라는 동해안 지역까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흰배뜸부기는 원래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 등 따뜻한 남쪽 지방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조류로, 국내에서는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귀한 손님이다.

특히 경계심이 매우 강해 관찰이 까다로운 새로 꼽힌다.

그런 흰배뜸부기가 경포가시연습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 어느덧 아주 작은 새끼에서 유조로 불릴 크기로 무럭무럭 자라나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중순까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경포가시연습지를 누비는 흰배뜸부기 유조 경포가시연습지를 누비는 흰배뜸부기 유조

[촬영 유형재]

지역의 한 생태 전문가는 "흰배뜸부기가 낯선 환경에서도 번식에 성공해 독립까지 마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며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 중부 및 동해안권까지 아열대성 조류의 번식지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처음 다섯 마리였던 새끼는 초기 한 마리를 잃고 네 마리까지 확인됐으나, 훌쩍 자란 뒤에는 어미와 함께 다니지 않고 개별 행동을 보여 현재 정확한 유조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새끼들이 날갯짓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뒤로는 어미와 유조 모두 풀숲에서 개별적으로 잠깐 나와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 등을 사냥한 뒤 곧바로 풀숲으로 사라질 뿐, 더 이상 함께 모여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솜뭉치 같던 새끼에서 훌쩍 자란 유조(우) 솜뭉치 같던 새끼에서 훌쩍 자란 유조(우)

[촬영 유형재]

어느새 어미처럼 앞가슴이 회색에 가까운 흰색을 띤 유조는 날개도 훌쩍 자라 가시연습지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연잎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건강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육아에 지쳐 모습이 거칠던 어미도 새끼들이 자신의 품에서 독립한 이후에는 연잎 위에서 몸단장과 목욕을 하며 본래의 윤기 흐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가을이 깊어져 가고 겨울이 다가오면 아열대성 조류인 흰배뜸부기 가족은 추운 겨울을 여기서 보낼지,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떠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경포가시연습지에는 이미 넓적부리와 청머리오리, 기러기, 청둥오리, 쇠오리 등 겨울 철새가 찾아왔다.

10월 중순 경포가시연습지의 어미와 유조(우) 10월 중순 경포가시연습지의 어미와 유조(우)

[촬영 유형재]

기후변화라는 무거운 경고 속에서도, 먼 길을 찾아와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채 자신의 힘으로 날갯짓을 배우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증명해 낸 흰배뜸부기 가족.

경포의 가시연습지에서 남쪽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써 내려간 생존과 번식의 기록은 자연이 건네는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이와 함께 멸종위기 및 귀한 새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포가시연습지 일대에 대한 탐방객들의 주의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서식지 보호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육아에서 벗어난 흰배뜸부기 어미의 날갯짓 육아에서 벗어난 흰배뜸부기 어미의 날갯짓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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