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1929년의 라디오, 100시간의 목공이 깃든 1950년대 스피커, 턴테이블 옆에 놓인 1970년대 북셀프 스피커, 그리고 남산서울타워 야경 아래 놓인 블루투스 스피커.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 소리들이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에 모였다.
하만은 JBL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2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JBL 플레이백 갤러리(JBL Playback Gallery)’를 연다. 올해 로스앤젤레스와 암스테르담, 빈, 뮌헨, 나고야,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시대별 대표 제품을 소개해 온 글로벌 순회 전시의 피날레다.
삼성전자가 뉴스룸을 통해 소개한 이번 서울 전시는 서울의 문화적 감성과 시대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새롭게 구성했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JBL의 헤리티지와 현재의 제품, 그리고 올해 60주년을 맞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의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전시의 중심은 2층 ‘JBL 헤리티지(JBL Heritage)’ 공간이다. ‘A Legacy of Sound(사운드의 유산)’를 주제로, 대표 제품을 1920년대와 1950년대, 1970년대의 거실을 재현한 공간에 놓아 각 제품이 쓰이던 시대의 분위기까지 함께 전한다.
여정은 1929년 잭슨 벨(Jackson-Bell) 라디오에서 시작된다. JBL 창립자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1927년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랜싱 매뉴팩처링(Lansing Manufacturing)의 스피커가 탑재된 제품으로, 훗날 JBL의 토대가 된 초기 작업물이다. 패턴 벽지와 앤티크 가구가 그 시절의 공기를 되살린다.
1950년대 거실에서는 1957년 출시된 JBL 파라곤(Paragon)이 가구처럼 자리를 잡았다. 좌우 스피커 유닛을 하나의 몸체에 담은 가정용 스테레오 스피커로, 제품 하나에 약 100시간의 목공 작업이 들어갔다. 곡선으로 다듬은 목재 디자인이 시선을 붙든다.
턴테이블과 레코드가 놓인 1970년대 거실은 스튜디오의 전문 사운드가 가정으로 들어온 시대를 보여 준다. 1968년 출시된 스튜디오 모니터 4310을 바탕으로 1970년 선보인 가정용 스피커 L100 센추리(L100 Century)는 JBL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가정용 스피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대별 거실을 지나면 ‘Playback Gallery: 시대를 담은 JBL 스토리'가 이어진다. 랜싱의 초기 스피커 제작부터 JBL의 탄생, 레코딩 스튜디오와 영화관, 대형 공연장에서 이룬 기술적 발전까지 주요 순간을 시대순으로 짚는다. ‘Pro to Home’ 구역에서는 전문 음향 현장의 기술이 홈오디오로 이어진 과정을 소개한다. 1989년 시작된 하이엔드 스피커 '프로젝트 K2(Project K2)'의 유산을 계승한 최신 모델 '서밋 K2(Summit K2)'가 그 흐름의 현재를 보여 준다.
2층이 과거라면 1층은 현재다. 입구에서는 1970년대 L100의 디자인에 최신 기술을 더한 80주년 기념 한정판 ‘L100 클래식 80(L100 Classic 80)’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 세계 800조 한정으로 생산되며,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 크리스 헤이건(Chris Hagen)의 서명과 고유 번호를 새긴 기념패가 특별함을 더한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삼성과 하만의 협력 속에 일상으로 영역을 넓혀 온 JBL의 모습은 서울의 밤과 낮을 콘셉트로 꾸민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Seoul by Night’ 존은 남산서울타워 야경을 배경으로 한 도심 속 캠핑장에서 블루투스 스피커와 파티박스(PartyBox)를 소개하고, ‘Seoul by Day’ 존은 한낮의 도심 거리를 재현해 JBL 헤드폰과 이어폰을 선보인다.
서울 전시만의 개성도 더했다. 아티스트 던(DAWN)은 JBL 80주년 캠페인 로고에 전통문양과 청동 방울, 단청의 색채를 입힌 협업 아트월을 선보였다. 세계 주요 도시를 거쳐 서울에 도착한 전시에 한국적인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3층에서는 바워스앤윌킨스의 ‘60 Years of True Sound’ 전시가 이어진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바워스앤윌킨스는 하만이 지난해 마시모(Masimo)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며 확보한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다.
전시는 창립자 존 바워스(John Bowe rs)가 내세운 ‘True Sound(진정한 소리)’ 철학에서 출발해 첫 스피커 P2H부터 상징적인 노틸러스(Nautilus)까지 대표 제품을 차례로 보여 준다. 공간 중앙에는 최근 공개된 플래그십 라인업 ‘800 Series Diamond D5’ 다섯 개 모델이 나란히 섰다.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와의 인연도 조명한다. 1979년 오리지널 801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도입된 이후 800 시리즈는 세대를 거듭하며 세계적인 음악과 영화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는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들의 레퍼런스 모니터로 쓰여 왔다.
전시 기간에는 도슨트 해설로 JBL 80년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고, 제품 시연으로 사운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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