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정도전’ 등 한국 사극의 역사를 써 온 KBS가 35번째 대하사극으로 돌아온다. 제작비 300억원을 투입한 ‘문무’로, 시청자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11월 14일 첫 방송을 앞둔 KBS2 대하드라마 ‘문무’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하고 통일신라의 새로운 시대를 연 문무대왕의 삶과 업적을 그린 작품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총 28부작으로 방영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도 만난다.
먼저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신라 제30대 왕인 문무왕 김법민 역에는 이현욱이, 당나라의 대군에 맞서 고구려를 지킨 연개소문 역에는 장혁이 나선다. 김법민의 아버지 김춘추 역은 김강우가, 신라의 장군 김유신 역은 박성웅이 맡았다. 모두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인 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혁은 과거 ‘추노’에서 노비 사냥꾼 이대길 역을 맡아 강렬한 액션과 거친 감정선을 선보이며 사극 흥행을 이끈 바 있어,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연기 변신에도 기대가 모인다.
◇36년 역사를 단 28부작에…관건은 서사 압축
드라마는 문무왕의 업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극초반에는 고구려와 신라를 둘러싼 정세를 중심으로 연개소문(장혁)과 김춘추(김강우)의 서사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실권자로 당나라의 침공에 맞서 항쟁을 이끈 인물이다. 그의 대당 항쟁과 사후 고구려의 권력 분열은 삼국통일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김춘추 역시 김유신과 함께 신라의 삼국통일 기반을 닦은 핵심 인물이다. 특히 당나라와 군사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백제와 고구려를 공격하는 나당연합의 토대를 마련했다.
극 중후반부터는 김법민(이현욱)의 활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춘추의 뒤를 이어 661년 왕위에 오른 김법민은 백제 부흥운동을 진압하고 고구려 멸망에 힘을 보탰다. 이후 옛 동맹국인 당나라와 나당전쟁을 벌여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했다. 작품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따라 문무왕이 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낼 전망이다.
관건은 36년에 걸친 격동의 역사를 28부작 안에 얼마나 밀도 있게 담아내느냐다. 제작진에 따르면 ‘문무’는 642년 연개소문의 정변과 대야성 함락부터 나당전쟁 이후인 678년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과거 대하사극이 70부작 이상의 장편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문무’는 제작비와 달라진 시청 환경 등을 고려해 총 28부작으로 편성했다.
제작진은 일간스포츠에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며 “대야성을 잃었기 때문에 김춘추가 평양성으로 가게 됐고, 연개소문은 그런 김춘추의 손을 잡지 않아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때 맺은 이세민과 김춘추의 밀약이 사비성으로, 평양성으로, 끝내 나당전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인과의 사슬로 연결된 사건을 중심으로 비어 있는 간극을 상상하고 메워 나가니 28화가 됐다”며 “네 나라(신라·고구려·백제·당나라)의 선명하게 다른 특징과 인물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반드시 따르는 대가가 ‘문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하사극까지 스며든 AI, ‘문무’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대하사극의 백미 중 하나는 수많은 병력이 맞붙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다. 특히 ‘문무’가 다루는 삼국통일 전쟁기에는 고구려와 당나라가 격돌한 주필산 전투(645년), 신라가 당나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매소성 전투(675년)와 기벌포 전투(676년) 등 굵직한 전투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매소성과 기벌포 전투는 문무왕이 이끈 나당전쟁의 주요 승전으로,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무’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해 기존 대하사극과 차별화를 꾀한다. 앞서 제작진은 유튜브 등을 통해 광활한 벌판에서 대군이 맞붙는 모습을 담은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AI 기술 특유의 어색함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공개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와 함께 몽골 해외 로케이션을 비롯해 경북 문경 오픈세트장, 대전, 부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작진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제작비 절감 수단이 아닌, 기존 제작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더욱 사실적이고 규모감 있게 표현하기 위한 기술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규모 전투 장면에 대해서는 “기존 촬영본을 기반으로 AI 군중 확장 기술을 적용해 수천, 수만 명 규모의 병력을 구현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기존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도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티저 영상에서 보여준 완성도를 실제 방송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방대한 역사를 압축한 서사에 AI 기술을 접목한 전투 장면까지, ‘문무’가 대하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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