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저작권썰.zip](63)-2 AI가 뒤흔든 음악 창작 3분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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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63)-2 AI가 뒤흔든 음악 창작 3분법의 한계

일간스포츠 2026-10-26 05:4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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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별(사진=본인 제공)


‘창작’ 그리고 ‘창작자’의 의미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열린 2026 국정감사에서 이시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음악의 형태가 바뀌면서 작곡과 편곡이 명확히 분리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현 세대의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작사·작곡·편곡으로 나뉘던 전통적인 역할마저 모호해지는 지금, AI의 본격적인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어디까지 확장하게 될까요? AI가 음악 제작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며 창작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 우리는 ‘음악가’와 ‘창작자’를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할까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뮤지션이자 연구자로서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해 온 박새별 박사의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AI가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대, 인간의 역할은?

“AI가 진짜 잘하는 게 톱라인(멜로디)이에요.”

박새별 박사는 자신이 작곡해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한 정승환의 ‘이 바보야’를 들은 동료 음악가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동료는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를 가리키며 “왜 나는 이런 멜로디를 생각하지 못했을까”하고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대중음악 창작자들에게 ‘쉽고 캐치하면서도 이전에 없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것은 오랫동안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AI는 방대한 음악 패턴을 학습하고 확률적으로 조합해, 쉽고 듣기 좋으면서도 신선한 멜로디를 능숙하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박 박사는 이를 보며 작곡가로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향후 전통적인 ‘톱라이너’의 역할이 점차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창작자의 ‘의도’와 ‘디렉션’, 그리고 수많은 결과물 중 무엇을 골라내 발전시킬지 결정하는 ‘안목’에 주목하면서, 이를 소믈리에에 비유했습니다. 와인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수많은 와인 중 고객의 취향에 맞는 한 병을 선별해 내는 전문적인 안목 자체에 분명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AI가 100개의 결과물을 제시하더라도, 그중 가치 있는 요소를 알아채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발전시키는 일은 결국 인간의 안목과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박 박사는 단순히 우연히 얻은 결과물 하나를 고르는 것과, 자신의 의도를 바탕으로 선택·수정을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작사·작곡·편곡의 ‘3분법’, AI 시대 창작을 담을 수 있는가

이처럼 AI가 생성과 조합의 상당 부분을 맡고, 인간의 프로듀싱과 디렉션, 사운드 구성과 선택이 곡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로 부각된다면, 이러한 기여를 기존 작사·작곡·편곡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요?

박새별 박사는 편곡 역시 곡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창작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뮤지션으로서 발라드 음악을 작업할 때, 현악 대선율이 곡의 흐름과 다이내믹을 좌우한다고 판단해 현악 편곡자에게 작곡 지분을 나누어 준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멜로디뿐만 아니라 ‘사운드 디자인’ 역시 중요한 창작적 기여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통적으로는 편곡의 영역으로 다뤄져 왔지만, 특정 사운드가 곡의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한다면, 그에 따른 창작적 기여와 저작권 역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사운드 관련 저작권 논쟁은 AI 등장 이전부터 대중음악계에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 3분법의 한계와 ‘저작자성’… 단순 기술 넘어 문화적 변화로

작곡과 편곡의 경계는 AI의 등장으로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박 박사는 AI의 등장으로 작사·작곡·편곡을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음악 전체를 기획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창작적 역할이 음악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기존 작사·작곡·편곡 중심의 저작권 신탁 등록 체계 안에서는 그 기여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창작적 행위의 존재, 법적 저작자(Authorship) 인정, 그리고 저작권 보호 대상과 권리 귀속을 판단하는 문제는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이 어떤 행위를 어디까지 수행했을 때 비로소 저작자성이 발생하는지를 향후 연구 과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새로운 창작 역할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일과 이를 법적 권리로 보호하는 문제를 구분해 접근하는 동시에, 변화한 음악 창작 현장을 기존 저작권 신탁 등록 체계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모색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박 박사는 AI의 등장을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닌 ‘문화적 변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메시지와 스토리, 콘셉트, 아트워크 등이 하나로 결합해 곡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시대에, 기존 제도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창작과 소비 방식 전반의 변화를 담아내는 거시적인 접근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음악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이 전통적인 작사·작곡·편곡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면, 그 기여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기준 역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AI가 음악 창작에 얼마나 개입하느냐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인간이 음악의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그 역할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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