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 공개를 앞두고 공표 면제를 받기 위한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이 62개로 집계됐다. 마감일인 지난 22일 하루에만 전체 중 70% 넘는 기업이 공시를 마쳤다. 다만 개선계획을 제출하더라도 면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데다 공시 이행을 강제할 수단도 제한적이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저PBR 개선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34개, 코스닥시장 28개 등 총 62개다.
특히 마감일인 22일에만 46개사가 공시를 제출했다. 전체 제출 기업 중 74.2%에 해당한다. 마감 전날인 21일까지 제출한 기업이 16개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마지막 날 공시가 집중된 셈이다.
마감일 제출 기업에는 롯데지주와 BNK금융지주, 현대차증권, SBS, 에스디바이오센서 등이 포함됐다. 앞서 한화손해보험과 DB증권, KG스틸, GS글로벌, 동국홀딩스, 동국제강 등도 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거래소가 지난 9월 제도를 확정한 이후 기업들의 대응은 비교적 더뎠다. 9월 30일 우진아이엔에스가 처음으로 별도 양식에 따른 PBR 개선계획을 제출했고, 10월 중순까지도 공시 기업 수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후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제출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2일 저PBR 기업 명단을 처음 공개한다. 유가증권시장은 업종별 PBR 하위 25%, 코스닥시장은 하위 10%에 누적 3년간 해당한 기업이 대상이다.
기업이 공표를 면제받으려면 저평가 원인과 개선 목표, 구체적인 실행계획 및 이행평가 등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지난 22일까지 요건에 맞는 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원칙적으로 1년간 공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시했다고 무조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가 정한 개선계획 공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누적 6년간 저PBR 상태가 이어진 기업에는 면제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기준으로 실시한 간이 시뮬레이션에서는 공표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이 최대 약 220개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이어져 개선계획을 공시하더라도 면제받을 수 없는 기업은 약 120개로 예상됐다.
일부 기업이 개선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데에는 공시 이후 발생할 이행 부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 개선 목표를 제시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실적과 배당, 자사주 정책 등이 계획대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목표와 실제 성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그 이유도 설명해야 하는 만큼 공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보다 후속 관리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명단 공개에 따른 평판 부담이 이러한 공시 부담을 감수할 만큼 큰지다. 이미 낮은 PBR이 시장에 알려진 기업이라면 별도 계획을 제출해 명단 공개를 피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벌칙 조항도 없고 법적 강제성도 없는 자율공시다. 거래소가 저PBR 기업이라는 명단을 공개하는 것 외에는 기업에 당장 큰 영향이 없는데 기업들이 굳이 개선계획을 공시할 유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업황 부진에 따른 저평가까지 개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업종에서도 기업별 사업 구조와 투자 단계, 실적 회복 속도 등이 달라 PBR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경영 개선이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PBR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있는 기업은 아니다. 업종이나 여러 가지 경영 여건에 따라 PBR이 낮을 수도 있다. 저PBR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고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은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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