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이지선 기자] 설거지를 하기 전 사용한 식기를 물에 담가두는 경우가 많다. 밥풀이나 소스가 눌어붙은 그릇을 불리면 세척하기 편하지만,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물에 식기를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수세미와 행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세척한 식기를 젖은 상태로 쌓아두는 행동도 주방 위생을 해칠 수 있다.
일본 위생미생물연구센터가 진행한 실험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됐다.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물에 식기를 10시간 동안 담가둔 결과, 물속 세균 수가 약 7만 배 증가했다. 이후 세제와 수세미를 이용해 손으로 설거지했지만 식기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실험은 고기 1g과 생선 1g, 밥 3g, 채소 5g을 물 3ℓ에 넣고 식기와 함께 실온에서 10시간 방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름철인 7~8월에 실시해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물을 장시간 그대로 두는 상황을 재현했다.
다만 세척 후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식기가 곧바로 식중독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균의 종류와 검출량, 병원성 여부 등에 따라 실제 위험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실험은 식기를 오래 담가두는 습관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밥풀이나 기름때가 심하게 눌어붙었다면 물에 잠시 담가두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물에 담그는 행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물에 식기를 장시간 방치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실온에서 오랜 시간 두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고, 오염된 물이 다른 식기에 닿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식기를 불려야 한다면 필요한 시간만 담가둔 뒤 가능한 한 빨리 세척하는 것이 좋다. 밤새 물에 담가두는 습관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불리는 데 사용한 물을 다른 식기의 세척이나 헹굼에 재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식기와 도마, 조리대 등을 비눗물로 씻는 것을 주방 위생 관리의 기본으로 안내한다. 세척은 음식물 찌꺼기와 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며, 소독은 남아 있는 미생물을 줄이는 별도의 과정이다.
일반적인 설거지 때마다 모든 식기를 따로 소독할 필요는 없지만, 날고기나 가금류의 즙이 묻은 표면처럼 오염 위험이 큰 곳은 세척 후 적절한 소독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는 해당 표면에 사용할 수 있는 소독제를 선택하고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을 따라야 한다.
설거지 도구의 위생도 빼놓을 수 없다. 수세미는 음식물 찌꺼기와 수분이 남기 쉬워 미생물이 살아남거나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2011년 22가구를 대상으로 가정용품의 미생물 오염 상태를 조사한 결과, 주방 수세미와 행주는 오염이 두드러진 물품으로 확인됐다. 듀크대 연구진의 실험에서도 수세미의 복잡한 내부 구조가 다양한 세균 군집이 함께 존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세미를 사용한 뒤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물기가 잘 빠지는 곳에 보관해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세척·소독하고, 낡거나 손상된 제품은 교체해야 한다. 냄새가 나거나 색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세미 대신 주방용 솔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솔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편하고 구조에 따라 수세미보다 건조가 빠를 수 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사용 후 깨끗하게 씻고 충분히 말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깨끗하게 씻은 식기를 어떻게 말리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 미네소타대 확장교육서비스는 세척한 식기를 깨끗한 건조대에 올려 자연 건조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젖은 행주로 식기를 닦으면 행주에 남아 있던 미생물이 식기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행주를 사용해야 한다면 깨끗한 행주를 이용하고, 사용한 행주 역시 자주 세척해 충분히 말려야 한다. 식기를 올려두는 건조대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식기를 씻는 싱크대 역시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이 2023년 소개한 가정 내 조리 실험에서는 조사 대상 싱크대의 34%에서 오염이 확인됐다. 생고기나 달걀 등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손과 조리도구를 거쳐 세균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싱크대에서 식기를 씻었다고 주변까지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싱크대 안쪽과 주변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세척해야 한다. 날고기나 가금류의 즙이 닿았다면 식품 접촉 표면에 사용 가능한 소독제를 제품 설명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독제를 사용할 때는 용도와 사용 방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식품 접촉면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제품 설명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설거지는 단순히 식기에 묻은 음식물을 씻어내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식기를 불리는 시간부터 수세미와 행주 관리, 세척 후 건조, 싱크대 청소까지 함께 신경 써야 주방을 보다 위생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귀찮다는 이유로 설거지를 다음 날로 미루기보다는 음식물 찌꺼기를 오래 방치하지 않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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