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선박 공격 격화…올해 570척 이상 피격·선원 최소 40명 사망
3분기 공격 전분기 5배로 급증…나토 회원국 인근 해역까지 위험 확산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선 공격이 격화하면서 흑해가 호르무즈 해협을 제치고 올해 세계에서 선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상 항로가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상 보안업체 앰브리와 국제해사기구(IMO)가 집계한 올해 흑해상 피격 선박은 570척이 넘고, 이 과정에서 최소 40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확인된 사망자 24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에는 약 387척이 공격받아 피격 선박수가 전 분기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하루 평균 4건 넘는 공격이 발생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흑해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 건수가 걸프 지역의 6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해운노조의 올레흐 흐리호리우크 위원장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기항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흑해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운항 위험도가 높은 해역으로 꼽혀왔다.
전쟁 초기부터 흑해 곳곳에 기뢰가 설치된 데다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한 곡물 수출 협정이 2023년 무산된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 폭격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부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 선박과 항만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확대하면서 충돌이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격렬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로 향하는 러시아의 경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선박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시작했으며, 이후 흑해와 아조우해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의 선박들로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앰브리에 따르면 최근 45일간 발생한 선박 공격의 약 90%는 러시아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격 범위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해 바로 바깥까지 확대됐다.
지난 15일 루마니아 연안에 정박해 있던 화학제품 운반선 '와인 트레이더'가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고, 승조원 12명 가운데 7명이 실종됐다.
선박 공격이 급증하면서 해운업계는 흑해 운항 자체를 꺼리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해상 운임 덕분에 일부 선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원유 수송에 나서고 있지만, 흑해는 운송 수익성이 낮은 데다 위험은 훨씬 커 선박 투입을 기피하는 선사가 더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해상 정보업체 로이즈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브리짓 디아쿤 연구책임자는 "수년간 전쟁이 해상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지만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