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송창현 전 사장에게 맡겼던 소프트웨어 전환이 신차 가격 논란과 맞물렸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 인수에 4천억 원대를 투입하고 이후 1조 원대 자본 확충을 추진했다. 개발 비용이 불어난 가운데 플레오스를 탑재한 신형 아반떼는 운전석 앞 계기판 값을 별도로 받는다.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차량 원가를 높였다는 익명 게시글까지 나왔다.
2021년, 송창현에게 중책
출발점은 2021년 4월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하고,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이자 포티투닷 창업자인 송창현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송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 본부장과 외부 스타트업 대표를 겸했다. 정의선 회장이 힘을 실어준 파격 인사였다.
2022년에는 포티투닷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에는 약 4,200억 원이 들어갔다. 그룹의 미래차 소프트웨어 역량을 외부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로 모으는 결정이었다.
같은 해 10월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와 연구개발본부 등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18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플랫폼 표준화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출고 후 기능 판매로 수익을 늘리는 구상이었다. 18조 원은 그룹 전체의 중장기 투자 계획액이다.
인수 뒤에도 조 단위 증자
2023년 4월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포티투닷에 총 1조 539억 원을 출자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현대차 6,324억 원, 기아 4,215억 원 규모다. 경영권을 사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개발 조직을 운영할 자금을 추가로 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4년 송 전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까지 맡았다. 차량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플랫폼 개발 등을 아우르는 그룹의 핵심 조직이었다. 포티투닷 대표와 그룹 개발 조직 수장을 겸하면서 소프트웨어 전환의 권한도 커졌다.
2025년 3월 28일에는 송 전 사장이 개발자 행사 ‘플레오스 25’에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를 공개했다. 차량 제어용 운영체제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함께 선보였고, 커넥트는 2026년 2분기 신차부터 적용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같은 해 8월 포티투닷은 5,003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2023~2025년 3개년 자본 확충 계획에 따른 세 번째 증자였다. 자금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 AI·GPU 인프라, 글로벌 인재 확보 등에 투입하는 용도였다. 인포테인먼트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AI까지 포괄하는 개발 자금이다.
양산 전 퇴임과 ‘먹튀’ 논란
정작 송 전 사장은 양산차에 플레오스 커넥트가 들어가기 전에 회사를 떠났다. 2025년 12월 3일 정의선 회장과 면담한 뒤 AVP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했다. 플레오스 브랜드 공개 후 약 8개월 만이었다.
퇴임 과정에서는 인수 당시 거액의 지분 매각 대금을 받은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베스트조선은 송 전 사장이 포티투닷 구주 매각으로 약 1,500억 원을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딜사이트는 ‘먹튀’라는 표현을 쓴 기사로 투자 성과와 송 전 사장의 보상 문제를 제기했다. 거액의 투자에도 양산 성과를 확인하기 전에 수장이 떠났다는 비판이었다.
2025년 영업손실 3,498억
개발 비용의 부담은 실적에 먼저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집계한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포티투닷의 2025년 연결 매출은 약 277억 원, 영업손실은 약 3,498억 원이다. 매출이 전년보다 10.9%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은 98.7% 증가했다. 연구개발과 인프라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배경으로 지목됐다.
포티투닷이 직접 공개한 2025년 말 연결 재무상태표의 누적 결손금은 약 9,229억 원이다. 자율주행·AI와 플레오스를 개발하는 회사 전체에 쌓인 손실 규모다. 소프트웨어 전환의 핵심 조직이 매출을 늘리는 속도보다 비용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2026년 4월 30일 현대차그룹은 플레오스 커넥트 양산형을 공개하고, 5월 출시 예정인 더 뉴 그랜저에 국내 최초로 적용하는 계획을 내놨다. 포티투닷 인수 후 약 3년 8개월, 송 전 사장 영입 후 약 5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후 적용 차종은 아반떼와 투싼으로 확대됐다.
개발비 다음은 차량 원가
여기에 차량 원가 문제를 제기하는 온라인 글이 더해졌다. 10월 15일 다른 커뮤니티에 재게시된 블라인드 글에서 현대차 직원으로 표시된 작성자는 포티투닷의 플레오스 커넥트 라이선스 비용을 신차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높은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차량 원가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투입한 개발 자금, 개발 조직에서 발생한 손실, 완성차에 반영된다는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차례로 비용 문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차종별 라이선스 단가와 신차 가격에 반영된 금액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아반떼 계기판도 추가금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부담은 가격표에 적혀 있다. 10월 1일 기준 신형 아반떼 가솔린 2.0 모던은 2,398만 원이다. 12.9인치 플레오스 커넥트는 기본이지만 운전석 앞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는 35만 원짜리 선택 품목이다. 이를 추가하면 2,433만 원이다.
2,771만 원짜리 프리미엄에서는 계기판만 따로 고를 수도 없다. 14.6인치 플레오스 커넥트와 슬림 디스플레이를 묶은 83만 원짜리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두 화면이 모두 기본인 인스퍼레이션은 3,152만 원부터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에 선루프·고급 오디오 등 일반 선택사양을 모두 넣으면 세제혜택 적용 전 4,234만 원이다. 신형 투싼도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에 사륜구동과 선루프 등 일반 선택사양을 모두 더하면 세제혜택 적용 전 5,095만 원으로 5천만 원을 넘는다. 두 가격 모두 외장색 추가금과 액세서리, 취득세를 제외한 금액이다.
판매·주가 꺾인 현대차
비용을 회수해야 할 시기에 판매 여건도 나빠졌다. 현대차의 9월 국내 판매는 4만 9,022대로 전년 동월보다 25.7% 줄었다. 현대차는 “9월은 추석 연휴로 인해 영업일수가 줄고 신차 대기 수요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IR의 보통주 주가 정보에 따르면 10월 23일 정규장 종가는 29만 5,500원이다. 최근 1년 종가 고점인 6월 1일 75만 원보다 60.6% 떨어졌다. 플레오스 논란이 나오기 전부터 이어진 주가 하락에 신차 가격 부담까지 겹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30년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를 9% 이상으로 제시하고 매출원가율을 당초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전환을 선언할 때도 내세웠던 것은 개발 효율과 비용 절감이었다.
하지만 신형 아반떼 구매자는 운전석 앞 계기판을 달기 위해 35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회사의 미래차 투자와 별개로, 그 추가금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이장훈 기자 ljh@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