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K-산업, 최초를 넘어 일류를 향해 ⑯ 현대차그룹] 쇳물에서 로봇 관절까지…현대차그룹의 다음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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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K-산업, 최초를 넘어 일류를 향해 ⑯ 현대차그룹] 쇳물에서 로봇 관절까지…현대차그룹의 다음 승부

뉴스락 2026-10-24 11:29: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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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포니에서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성장사는 자동차 생산량을 늘려온 역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과 부품, 공장을 짓는 건설, 완성차를 운송하는 물류, 구매를 지원하는 금융이 함께 성장하며 그룹의 사업 기반을 형성했다.

이제 그 연결은 새로운 방향으로 뻗고 있다. 자동차 부품 기술은 로봇의 관절로, 공장 운영 경험은 인공지능 기반 제조체계로, 건설·플랜트 역량은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뉴스락>의 K-산업 시리즈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현대차그룹이다.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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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에서 일관제철소까지…자동차를 중심으로 산업의 틀을 세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현대차그룹의 출발점은 자동차다.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포드 코티나 조립 생산을 거쳐 1975년 독자 모델 포니를 선보였다.

해외 기술진과 기업의 협업을 바탕으로 개발한 포니는 국내 기업이 자체 모델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미국 진출과 독자 엔진 개발, 해외 생산거점 구축이 이어졌다. 1998년 기아 인수로 생산 규모와 제품군을 넓혔고, 2000년 자동차 전문그룹 출범을 계기로 독자적인 그룹 체제를 구축했다.

성장 방식은 완성차 생산 확대에 머물지 않았다.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 필요한 소재와 부품, 운송과 금융을 그룹 안에서 연결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철강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분야다. 현대제철은 2004년 한보철강 인수를 거쳐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 2010년 제1고로 가동으로 쇳물부터 철강재까지 생산하는 기반을 확보했고, 2013년 제3고로 완공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으로 자동차강판 생산체계를 강화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강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소재 개발을 차량 개발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외에도 건설용 봉형강과 조선용 후판 등을 생산하며 그룹 밖 산업에도 소재를 공급한다.

부품 계열사들은 완성차의 기술과 생산을 뒷받침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핵심 부품, 현대트랜시스는 파워트레인과 시트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눴다.

완성차와 부품사가 함께 개발·생산 경험을 축적한 구조는 이후 전동화와 로보틱스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제네시스 G90. 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가 2015년 출범시킨 독립 고급차 브랜드다.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디자인과 주행 성능, 고급 사양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대중차 중심이던 현대차의 사업 영역을 고급차 시장으로 넓히며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핵심 축을 맡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건설·물류·금융…공장 밖으로 넓어진 사업 기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정주영 선대회장 . 현대건설 제공 [뉴스락]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정주영 선대회장 . 현대건설 제공 [뉴스락]

건설은 그룹의 산업적 외연을 넓힌 또 다른 축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과 건축, 토목, 플랜트 사업을 수행하며 자동차 제조와 다른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해외 생산시설과 산업 인프라를 건설하는 역량은 그룹의 글로벌 투자와도 연결된다.

최근에는 에너지 분야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5년 공개한 성장전략 ‘H-Road’에서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생산플랜트, 전력망 등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원전과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사업도 추진 방향에 포함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기존 화공플랜트 경험을 바탕으로 LNG 액화, 탄소 포집·저장,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설 계열사의 미래 전략은 시설 시공을 넘어 에너지 생산과 활용에 필요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생산과 시장을 연결한다. 완성차 해상운송과 부품 물류 등은 해외 생산·판매체제를 운영하는 기반이다.

동시에 그룹 밖 고객을 확보하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서 2030년 매출 40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7% 수준을 목표로 제시했다. 비계열 매출 비중을 40%까지 높이고 물류 자동화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계열사 물량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고객 확보는 운송과 물류 서비스의 경쟁력을 별도로 검증받는 과정이다.

금융은 차량 생산 이후의 판매를 지원한다. 현대캐피탈의 할부·리스 등 자동차금융은 소비자의 차량 구매를 뒷받침하고 해외 판매망의 금융 수요와 연결된다. 제조와 물류, 금융이 결합하면서 그룹은 생산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

철도·방산과 소프트웨어…서로 다른 시장에서 쌓는 기술

현대로템의 다목적무인차량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의 모습. 사진=현대로템 [뉴스락]
현대로템의 다목적무인차량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의 모습. 사진=현대로템 [뉴스락]

현대로템은 그룹의 제조 역량이 자동차 밖에서도 사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은 철도차량과 관련 시스템을 다루는 레일솔루션, 방산 분야인 디펜스솔루션, 산업설비 등을 담당하는 에코플랜트로 구성된다. 철도차량과 전차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설비, 제철설비, 수소 인프라 등도 사업 영역에 포함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판매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철도와 방산, 철강과 건설은 고객과 수주 방식, 투자 회수 기간이 서로 다르다. 산업별 전문성과 수익구조를 함께 봐야 그룹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이들 사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분야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내비게이션, 시스템 검증뿐 아니라 기업 정보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수행한다. 차량 내부의 소프트웨어와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사업 구조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가 판매 이후 차량 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이라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은 설비와 생산정보를 연결해 제조 과정을 제어하는 방향이다. 그룹의 디지털 전환은 자동차 제품과 공장 운영 양쪽에서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현대모비스까지…로봇으로 연결되는 제조 역량

CES 2026 아틀라스 공개 현장. 현대차 제공 [뉴스락]
CES 2026 아틀라스 공개 현장. 현대차 제공 [뉴스락]

미래사업에서 계열사 간 연결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로보틱스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하며 로봇 사업의 기반을 확대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산업시설 점검 등에 쓰이는 사족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와 함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사업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부품의 내구성과 양산 품질, 작업 수행 능력, 유지보수와 도입 비용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의 액추에이터 공급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의 움직임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자동차 부품 개발과 양산 경험을 로봇 부품으로 확장하는 사례다.

현대위아 역시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협동로봇, 주차로봇 등을 통해 생산·물류 현장의 자동화 사업을 추진한다. 그룹 로보틱스랩의 착용로봇과 이동형 로봇 플랫폼 등까지 더하면 로보틱스 사업은 휴머노이드 한 종류보다 넓다.

완성차 공장은 이 기술을 시험하고 개선하는 현장이 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6년 9월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었다.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환경에서 부품을 분류하고 조립 순서에 맞춰 준비하는 작업 등을 학습하는 시설이다.

그룹은 2028년부터 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훈련·검증 단계와 향후 생산라인 적용 목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구조에서 자동차 공장은 로봇의 초기 수요처이자 실증 공간이고, 부품사는 공급망을 맡는다. 로봇 기술과 제조 경험을 내부에서 연결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룹 공장에 로봇을 배치하는 것과 외부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은 별개다. 실제 생산성 향상과 안전성, 고장률, 유지비용이 확인돼야 독립적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확장된 사업, 함께 커진 투자 회수 과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5년 충남 당진공장 A열연 시제품을 시찰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5년 충남 당진공장 A열연 시제품을 시찰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자동차는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주요 사업 기반이다.

전동화와 하이브리드차 대응, 해외 생산 확대와 통상환경 변화는 기존 제조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중국발 공급 확대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격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세 등 통상환경 변화로 비용 부담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 규모가 크게 줄지 않더라도 가격과 비용 양쪽에서 압박이 발생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의 이익률이 축소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전동화 전략에서도 시장 수요와 정책 변화에 따른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유럽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변화 등이 완성차업체들의 전동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와 정책 변화를 고려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자동차사업의 대응과 함께, 그룹의 미래를 판단할 범위도 넓어졌다.

현대제철의 소재 경쟁력, 건설 계열사의 에너지 사업, 현대글로비스의 외부 고객 확대, 현대로템의 철도·방산 사업, 현대오토에버의 소프트웨어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상용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계열사 간 협력은 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주요 계열사가 같은 지역에 투자를 집중하거나 공통된 수요 둔화에 노출되면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철강은 설비 운영과 탄소배출 감축 비용, 건설은 공사원가와 프로젝트 관리, 물류는 운임과 선박 투자, 로봇은 개발·양산비와 고객 확보가 각각의 변수다. 사업별 위험을 계열사 협력 효과와 함께 평가해야 한다.

로봇 도입과 생산 자동화 과정에서는 작업 안전, 직무 전환, 인력 재교육도 과제다.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정착시키려면 설비 성능과 함께 작업체계의 변화까지 관리해야 한다.

포니가 독자 모델을 앞세운 해외 진출의 출발점이었다면, 일관제철소와 글로벌 물류망은 그룹의 제조 기반을 넓힌 과정이었다.

휴머노이드와 소프트웨어, 에너지는 그 기반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현대차그룹의 다음 성장 단계는 각 계열사가 축적한 역량을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내부 협력을 통한 기술 검증과 함께 외부 수주, 반복 매출, 투자 회수 성과가 그 방향을 판단할 기준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제조 경쟁력에서 AI·모빌리티 기술로"

현대차그룹 2023년 신년회,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현대차그룹 2023년 신년회,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기존 자동차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으로 그룹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 2018년 그룹 수석부회장을 거쳐 2020년 10월 14일 회장에 취임했다.

기아의 디자인·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제네시스 출범 등에 관여했으며, 회장 취임 이후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를 주요 경영 과제로 추진해 왔다.

기아 사장 재임 시기에는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 혁신을 추진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과 투자 전략을 총괄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기술 전환에 대응해 왔다.

회장 취임 이후에는 전동화뿐 아니라 자동차와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미국 HMGMA 구축,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투자 등은 이러한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AI 역량 확보와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제조 기술뿐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현지 사업 확대와 미래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인도에 약 15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북미와 함께 글로벌 생산·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전략 시장 중 하나다.

앞으로의 과제는 기존 자동차사업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미래사업에서도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익성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포니를 시작으로 독자 모델 개발과 품질 개선,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를 거듭해 온 현대차그룹이 AI와 로보틱스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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