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하면 명절 차례상이나 잔칫상부터 떠오른다. 돌잔치나 이사 때 돌린 시루떡은 반가우면서도 다 먹지 못해 냉동실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런 떡을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사 먹는다. 떡집에서 시작된 인기는 마트로도 번져 포장 떡을 사는 데 쓴 돈이 1년 사이 30% 넘게 늘었다.
◆ 20대 이하 떡 구매 45.5% 증가
떡을 새로 찾기 시작한 쪽은 젊은 층이다.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23일 공개한 포장 떡 구매 분석에 따르면 20대 이하가 떡에 쓴 돈은 1년 전보다 45.5% 늘어 어느 연령대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엠브레인은 2만명 패널의 영수증을 모은 구매딥데이터(DD.B)로 202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바코드가 찍힌 포장 떡 구매를 살펴봤다. 20대 이하가 전체 떡 구매액에서 차지하는 몫은 11.5%로 아직 가장 적지만 씀씀이가 늘어나는 속도만큼은 가장 빨랐다.
젊은 손님을 끌어들인 건 이색 떡이다. 서울역의 떡집 '한정선'은 딸기와 귤 같은 생과일을 통째로 넣은 찹쌀떡으로 이름이 났다. 이른 아침에도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고, 더현대 서울에는 아예 정규 매장까지 냈다. 1965년 문을 연 광주 '창억떡'은 호박찰떡에 카스테라 가루를 입힌 호박인절미가 대표 메뉴다. 더현대 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는 일주일 동안 1만명 넘게 다녀갔다.
동네 떡집에서도 새 메뉴가 쏟아진다. 서울 중랑구 면목시장의 한 떡집은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를 얹은 '피자설기'로 손님을 줄 세웠다.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떡집 골목에서는 팥앙금과 버터를 함께 넣은 '앙버떡'이 인기다. 개점 전부터 기다리는 '떡픈런',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는 '떡지순례' 같은 말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 1년 새 31% 늘어난 포장 떡 구매
떡집 열기는 마트와 편의점 진열대까지 번졌다. 같은 조사에서 1년 동안 소비자가 포장 떡에 쓴 돈은 약 1519억원으로 추정됐다. 1년 전 약 1158억원에서 31.2% 뛴 금액이다. 그 전 해인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는 떡 구매액이 1.8% 줄었던 만큼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떡을 산 영수증 수도 1년 새 23.0% 늘었다. 떡을 사는 횟수가 늘어난 데다 한 번에 쓰는 돈까지 커져 구매액 증가 폭이 영수증 증가 폭을 앞질렀다.
젊은 층만 떡을 더 산 것은 아니다. 50대도 40.0% 늘며 20대 이하의 뒤를 바짝 따랐다. 떡을 가장 많이 사는 손님은 여전히 40대와 50대다. 전체 구매액 가운데 40대가 27.8%, 50대가 26.7%를 차지해 두 연령대를 더하면 54.5%로 절반이 넘는다. 이번 집계는 바코드가 찍힌 포장 떡만 대상으로 해 떡집이나 재래시장, 개인 간 거래로 산 떡은 빠져 있다. 엠브레인은 유통사 공시 수치와도 표본 설계나 품목 분류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구매액 1위는 인절미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긴 떡은 인절미였다. 찹쌀을 쪄서 절구에 찰지게 친 뒤 콩고물을 듬뿍 묻힌 떡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인절미 구매액은 63.8% 늘어 떡 가운데 1위 자리를 지켰다. 최근에는 콩고물 대신 흑임자나 단호박, 쑥을 입힌 인절미도 흔해졌다.
찹쌀떡은 한 해 사이 구매액이 88.7% 불어나며 2위로 올라섰다. 쫄깃한 찹쌀 반죽 안에 단팥만 넣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생크림이나 과일을 품은 찹쌀떡이 많다. 떡집에서 줄 서서 사던 과일 찹쌀떡의 인기가 포장 제품으로도 옮겨 붙었다.
그 뒤로는 찰떡과 가래떡, 꿀떡, 송편, 떡꼬치·떡볶이떡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1위 인절미부터 7위까지 일곱 가지 떡이 전체 떡 구매액의 64.5%를 가져갔다.
◆ 1년 새 2.6배 팔린 모찌
순위권 밖에서 가장 가파르게 팔린 떡은 모찌다. 블루베리나 샤인머스캣 같은 과일을 얇은 떡피로 감싸고 요거트 크림이나 초콜릿을 채운 모찌는 1년 새 구매액이 161.5% 늘어 2.6배로 불었다. 한 해 30억원어치 넘게 팔린 떡 가운데 이만큼 빠르게 큰 떡은 없었다.
떡이 디저트로 다시 사랑받는 이유로는 식감이 꼽힌다. 두바이 쫀득 쿠키와 버터떡이 연달아 유행하며 쫀득한 디저트에 익숙해진 입맛이 자연스럽게 떡으로 이어졌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밥과 쌀을 먹어 온 한국인의 입맛에 쫀득한 식감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엠브레인도 떡을 달콤한 간식이나 디저트로 즐기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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