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서울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김성우(26) 등이 범행에 앞서 흥신소를 이용한 정황이 파악되면서 흥신소의 범죄 악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영업과 조사 활동을 관리·감독할 별도 법률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김성우가 범행 전 흥신소에 의뢰비를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업체 관계자 일부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성우가 흥신소에 의뢰한 구체적인 내용과 의뢰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송파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보복감금)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김성우를 구속해 지난 20일 공소청에 송치했다.
김성우는 지난 11일 오전 5시 35분께 혼인무효소송 중이던 20대 아내 A씨가 피신해 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처가를 찾아가 장모를 살해하고 A씨를 강제로 차량에 태워 강원도 소재 야산까지 이동하는 등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성우는 지난달 16일부터 범행 전까지 약 한 달간 18차례에 걸쳐 A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기다리거나 A씨에게 접근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김성우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임시조치 결정을 받은 상태였다.
범행 당일 김성우는 A씨를 마중 나온 장모와 마주치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우는 범행 약 한 달 전 흉기를 구입해 자신의 차량에 보관했으며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할 때마다 흉기를 소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우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스토킹한 점과 흉기를 사전에 구입한 점 등을 고려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흥신소가 관계성 범죄에 악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12월 발생한 이석준 사건에서도 흥신소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이 범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이석준은 흥신소에 50만원을 주고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주소를 알아냈으며 이후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혔다. 해당 주소는 공무원이 불법 조회한 뒤 여러 흥신소를 거쳐 이석준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에는 흥신소를 통해 이혼 소송 중인 가족의 집을 알아낸 뒤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려 한 50대 B씨가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오랜 시간 B씨의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아들의 집으로 피신했는데, B씨는 흥신소에 의뢰해 이들의 주거지를 찾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8월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 개인이나 업체도 별도의 국가 공인 자격 없이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과거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로 불리던 업체들도 탐정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별도의 조사 권한까지 부여된 것은 아니다. 이들 업체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거나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업체의 자격 요건부터 의뢰 절차, 업무 범위까지 영업 전반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별도 법률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흥신소와 같은 사립탐정업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자격시험 도입과 경찰청 등록·감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현재까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통과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흥신소는 SNS 등을 통한 접근이 쉽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제자에게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 나아가 불법적인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방법이나 기술을 알려주는 행위 역시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이러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위치추적 장치 설치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피해자 접근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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