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슛의 부활? 33세 천재 감독의 묘수? ‘철저한 데이터 분석’ 브라이턴이 기대득점을 배반하는 이유 [PL.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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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슛의 부활? 33세 천재 감독의 묘수? ‘철저한 데이터 분석’ 브라이턴이 기대득점을 배반하는 이유 [PL.1st]

풋볼리스트 2026-10-23 16:4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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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 휘르첼러 브라이턴앤호브앨비언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파비안 휘르첼러 브라이턴앤호브앨비언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현재 유럽 축구에서 가장 데이터를 숭상하는 팀을 뽑으라면 많은 이들이 브라이턴앤호브앨비언을 지목할 테다. 브라이턴은 2009년 스포츠 도박사 출신 토니 블룸이 구단을 인수한 이래 데이터에 기반한 스카우팅을 통해 전 세계에 흩어진 젊은 재능들을 브라이턴으로 끌어모았다.

브라이턴은 블룸 구단주와 함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승격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PL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살아남았다. 2022-2023시즌에는 로베르토 데체르비 감독과 함께 구단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이턴과 이후 PL에 등장한 브렌트퍼드는 많은 PL 구단에 야구의 ‘머니볼’과 유사한 새로운 생존법을 제시했다.

브라이턴은 이번 시즌에도 PL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파비안 휘르첼러 감독 체제 2년차에 리그 3위에 올라있다. 휘르첼러 감독은 어느 팀을 맡든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편인데, 올 시즌 브라이턴은 7경기 23골로 리그 최다 득점팀이다. 수비도 좋아 리그 5실점으로 아스널과 함께 최소 실점 공동 1위다. 만약 맨체스터시티가 7전 전승을 달리지 않았다면 충분히 리그 1위도 노려볼 만한 페이스다.

그런데 브라이턴은 올 시즌 현대 축구에 반하는 듯한 특성을 보인다. 지난 18일 브라이턴은 크리스탈팰리스와 리그 경기에서 전반 10분 만에 3-0을 만들며 5-0 대승을 거뒀는데, 그중 2번째 골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전반 7분 높은 위치에서 브라이턴이 끊어낸 공이 디에고 고메스에게 전달됐고, 고메스는 하프라인에서 냅다 슈팅을 시도했다. 이 슈팅은 골키퍼 키를 절묘하게 넘기며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51.32m에서 기록한 득점으로 고메스는 2017-2018시즌 웨인 루니가 에버턴에서 기록한 57.7m 득점 이후 최장거리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그런데 이 장면은 고메스의 기지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브라이턴은 올 시즌 유독 장거리슛(50m 이상 거리에서 시도한 슈팅)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2006-2007시즌 이래 브라이턴은 장거리슛 시도 6회로 이미 PL 역대 공동 2위에 올라있다. 1위 블랙풀(9회) 기록은 2010-2011시즌에 나왔고, 마지막으로 장거리슛 5회 이상 시도를 한 팀은 2013-2014시즌 스토크시티였다. 그런데 브라이턴은 7경기 만에 이 기록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장거리슛을 시도했다.

휘르첼러 감독은 “우리는 50m 거리에서 슛 훈련을 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제로 브라이턴의 장거리슛 대부분은 골키퍼가 골문과 멀리 떨어진 걸 보고 시도한 무모한 슈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7경기에서 6번의 장거리슛이 나왔다는 건 브라이턴이 적어도 장거리슛을 막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휘르첼러 감독은 장크트파울리 시절 3-0-7과 같은 극단적인 전술이라도 승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활용하는 감독이었다.

PL은 2003-2004시즌부터 페널티박스 안과 바깥 슈팅 비율을 조사했는데, 해당 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는 전체 슈팅의 45% 이상이 장거리슛이었다. 이후 장거리슛 시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기대득점(xG)이 주된 공격 지표로 사용된 2020년대 들어서는 그런 경향성이 더 강해졌다. xG는 일반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시도할 때 더 높게 표기되며, 실제로도 가까운 곳에서 슈팅해야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위시해 컷백을 통한 득점 생산이 활발해진 이후에는 중장거리 슈팅이 확연히 줄었다. 2022-2023시즌부터는 페널티박스 바깥 슈팅이 모조리 35% 이하였다.

이번 시즌에는 그렇지 않다. PL에서는 5경기당 1번씩 장거리슛이 나오고 있다. 2011-2012시즌 17.2경기당 1번보다도 매우 잦은 수치다. 올 시즌 PL 장거리슛 14회 중 6회를 홀로 시도한 브라이턴을 빼고 봐도 8.75경기당 1번으로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장거리슛이 많아진 요인 중 골키퍼 스위핑이 가장 활발한 시대라는 점이 고려될 법하다. 후방 빌드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발로 공을 잘 다루는 골키퍼도 늘어났고, 이들은 전통적인 골키퍼보다 골문으로부터 먼 곳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성공 확률이 낮아도 상대 골키퍼가 비운 골문을 장거리슛으로 노릴 만한 가치는 있다. 브라이턴이 올 시즌 시도한 장거리슛 6회 중 4회는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박스 바깥에 있을 때 나왔다.

PL은 브라이턴이 보다 수월하게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거리슛을 활용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PL 공식 홈페이지에는 “상대 골키퍼가 장거리슛 위협을 느끼면, 조금 더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골키퍼와 수비라인 사이에 공간이 생겨 브라이턴이 그 공간을 공략하는 스루패스를 넣을 수 있다”라며 “또한 수비라인 자체가 더 깊이 내려앉더라도 브라이턴이 더 공격적으로 전진할 수 있다. 그들의 플레이스타일에도 맞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장거리슛은 의도적으로 상대 진영에서 공이 돌게 만드는 효과도 만들 수 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연패를 한 파리생제르맹은 지난 두 시즌 의도적으로 킥오프를 상대 진영 깊은 사이드라인으로 내보낸 뒤 그곳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빠른 역습을 추구했다. 장거리슛은 요행을 바랄 수 있는 무기인 동시에 상대가 골킥으로 공을 처리하게 만들어 브라이턴이 수월하게 진형을 갖춘 상태에서 상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후방 빌드업을 끊어내면 더할 나위 없고, 상대가 길게 롱킥을 처리하더라도 하프라인 부근일 테니 브라이턴 입장에서 손해볼 건 없다.

현대 축구 흐름은 xG의 중요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어떻게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경합 상황을 만들 것인가의 싸움이기도 하다. 아스널이 세트피스 공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전술로 지난 시즌 PL 우승까지 차지한 것도 넓게 보면 상대 진영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합하고 공격하려는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장거리슛 시도 증가가 장기적인 흐름일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현대 축구 흐름에 완전히 배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X,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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