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강지혜 기자】국가유산청 산하 국가유산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음주운전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간부급 직원을 승진 제한 기간 중 팀장급 전문위원으로 발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위원은 정식 인사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직위로 팀장에 준하는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별도의 임명 기준이나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징계를 받은 직원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은 징계나 괴롭힘 인정 이력을 보직 부여에 반영하는 명확한 기준을 두지 않고 있어 인사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음주운전 정직됐는데…승진 제한 중 팀장급 발령
23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국가유산진흥원 인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소속 직원 A씨는 센터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7월 14일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18%는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A씨는 같은 해 10월 20일 신설 추진단의 전문위원으로 발령됐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뒤 약 3개월 만에 팀장급 직위에 임명된 셈이다.
진흥원 인사규정 제22조에 따르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은 18개월간 승진이 제한된다. 음주운전 징계에는 추가로 6개월의 승진 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A씨는 총 24개월의 승진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
진흥원의 평가세칙 제24조도 승진 제한 기간에 있는 직원을 부서장과 팀장 등 보직 역량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징계받은 직원이 일정 기간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직위로 이동하는 데 제약을 두려는 취지다.
문제는 A씨가 발령 받은 전문위원이라는 직위가 정식 인사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진흥원은 전신인 한국문화재재단 시절인 2022년 2월 4일 내부결재로 ‘전문위원 제도 운영계획’을 마련해 해당 직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계획은 전문위원을 ‘팀장급’ 직위로 규정하고 팀장에 준하는 각종 수당과 실비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문위원은 경영관리 분야와 사업관리 분야 등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소속 부서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임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이나 선정 절차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A씨의 전문위원 발령은 직급 변동을 수반하지 않아 규정상 승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별도의 보직 역량평가 없이 ‘임시조직 운영에 따른 발령’ 방식으로 팀장급 처우가 부여됐다는 점에서 인사규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위원 임명 경위도 직원마다 달랐다. 진흥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는 직원 4명은 직급뿐 아니라 임명 경위도 각각 달랐다. 별도 직군 전환, 임시조직 운영, 정부 파견 등 서로 다른 인사 방식으로 전문위원 직위를 부여받았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임명되는 전문위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자격 요건이나 선정·검증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팀장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 직위임에도 징계 이력이나 승진 제한 여부를 임명 과정에서 어떻게 고려할지 정해진 기준이 없어 인사권자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괴롭힘 징계받고도 파트장 유지…피해자 보호 지침 실효성 의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관리직 보직을 유지한 사례도 확인됐다. 진흥원 팀장이었던 B씨는 2023년 11월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두 차례 신고됐다. 진흥원은 조사 과정에서 B씨를 2024년 1월 1일 보직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다만 두 건 모두 조사 결과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후 B씨는 기존 팀장보다 직위가 낮은 파트장 보직을 맡았다.
그러다 B씨는 지난해 5월 또 다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신고가 아닌 기관의 인지에 따라 조사가 이뤄졌고 괴롭힘 등 일부 행위가 인정됐다. B씨는 같은 해 8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징계 이후에도 파트장 보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흥원의 사건별 대응에도 차이가 있었다. 2023년 두 건의 신고 당시에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B씨를 보직해제하고 대기발령했다. 반면 지난해 5월 사건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업무 공간과 지휘 관계를 분리하는 조치만 취했다. 이후 괴롭힘에 해당하는 일부 행위가 인정돼 징계까지 내려졌음에도 B씨는 파트장으로서의 관리직 보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진흥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침’은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인사 조치와 피해자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지침 제11조 제3항은 괴롭힘 사건 발생 시 행위자에 대한 인사 조치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근로권 등을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제17조도 사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진흥원 인사규정과 괴롭힘 예방 지침에는 징계 이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실을 관리직 보직 유지·해제 판단에 어떻게 반영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인사규정은 징계에 따른 승진 제한을 정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보직의 유지나 재부여에 관한 별도 판단 기준은 두지 않는 것이다.
규정 없는 직위·징계 후 보직 유지…인사관리 논란
두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는 징계받은 직원에게 관리직에 준하는 직위를 부여하거나 기존 보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과정에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A씨는 승진 제한 기간 중 별도의 역량평가 없이 팀장급 전문위원에 임명됐고 B씨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감봉 징계를 받고도 보직을 유지했다.
특히 전문위원 제도는 정식 인사규정이 아닌 내부 운영계획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팀장급 처우를 보장하면서도 임명 자격과 절차를 정하지 않아 승진 제한 대상자에게도 별도 평가 없이 해당 직위를 부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문위원 4명의 임명 경위와 직급도 제각각이어서 인사권자의 판단을 검증할 공통 기준조차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보직 관리도 일관된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 B씨는 2023년 괴롭힘 신고 당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보직해제됐지만 지난해에는 괴롭힘 행위가 일부 인정되고 감봉 징계까지 받았는데도 파트장 보직을 유지했다.
진흥원의 인사규정에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나 징계 이력을 관리직 보직 유지·해제 판단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사건의 성격과 징계 결과를 보직 판단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인사 조치가 적정했는지 검증할 공통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진흥원 감사팀 관계자는 “(A씨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내부 감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 경영지원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징계 이력이 있는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관리 측면에서 더욱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며 “전문위원의 임무와 업무 범위 등을 명확히 하고 직책수당 지급의 적정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이번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징계를 받아도 자리는 그대로인 인사로는 조직의 기강도, 피해 직원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인사 조치의 적정성과 피해 직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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