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고 국제유가까지 뛰어오르면서 23일 국내 증시도 전날에 이어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부 수급·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1.89포인트(3.52%) 급락한 5,533.77로 마감했다. 지난 21일 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한 직후 쏟아진 차익실현 매물에 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종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성 의구심, 중동 정세 악화 우려가 한꺼번에 겹치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수급 측면에서도 기관 매물이 지수를 압박했다. 정규장 기준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590억원, 3,81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4,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애프터마켓을 포함하면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371억원, 3,633억원, 기관은 4,465억원 매도 우위였다. 삼성전자 임직원 주식보상 목적 자사주 매입과 SK하이닉스의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달 초와 21일 각각 종료된 뒤 첫 거래일이었던 점도 수급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간밤 뉴욕증시는 AI·반도체주 급락 속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2% 소폭 상승하며 강보합을 보였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0% 떨어졌다. 나스닥은 지난 6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72% 폭락했다. 마이크론(-6.26%), 엔비디아(-4.40%), 인텔(-8.04%)이 큰 폭으로 밀렸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8.07%)와 샌디스크(-8.51%) 등 메모리 관련주도 줄줄이 급락했다. 전날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4.03%, SK하이닉스는 5.49% 하락하며 반도체주 전반에 매도 압력이 쏠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메타의 잉여현금흐름 적자와 테슬라의 설비투자 전망 하향으로 AI 투자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됐다”며 “메타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14.79bp(1bp=0.01%포인트)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재무 부담이 신용 시장에도 반영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공격적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실적과 신용지표를 통해 현실화되면서 성장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도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키는 변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4.00% 오른 배럴당 113.17달러에 마감,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39% 상승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내 주요 시설을 재차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대외 악재가 겹치며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일제히 위축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증시 ETF(상장지수펀드)는 4.98%, MSCI 신흥지수 ETF는 2.91% 하락했다. 반면 미국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는 0.11%, 경기 민감도가 높은 다우 운송지수는 1.87% 상승해 자금이 일부 섹터로 회전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2.64% 떨어져 23일 국내 현물 시장의 약세 출발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IPO 중단 결정이 반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 시작 전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리 IPO 및 기업공개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솔리다임 상장이 사실상 ‘중복 상장’에 해당해 추진 시 SK하이닉스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조치로 평가되며 SK하이닉스와 코스피 전반에 심리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는다. 다만 대외 변수의 충격이 워낙 큰 만큼 실제 주가 방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AI 투자에 대한 우려와 유가 부담, 중동 리스크, 반도체주 조정 등 악재가 이미 상당 부분 국내 증시에 반영된 만큼 추가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도 메타의 신용 불안 우려에 따른 미국 AI주 조정과 유가 부담 등으로 하락 출발할 전망”이라면서도 “메타발 악재는 전일 국내 증시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과매도 인식도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로 인한 수급 공백 우려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 새로운 악재라고 보긴 어렵다”며 “이미 알려진 재료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상황인 만큼 변동성은 크겠지만, 공포가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저가 매수 기회에 대한 시각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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