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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혁신의 시작…가정으로 들어온 스테레오
JBL의 공식적인 역사는 1946년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회사를 설립하고 D130 드라이버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뿌리는 이보다 앞선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후반 라디오 산업을 위한 스피커 개발에서 출발한 초기 작업은 이후 JBL로 이어지는 기술적 기반이 됐다.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는 제품 중 하나가 1929년 랜싱 매뉴팩처링(Lansing Manufacturing)이 개발한 스피커가 탑재된 잭슨벨(Jackson-Bell) 라디오다.
JBL의 역사는 사운드를 재생하는 기술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분야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전문적인 오디오 기술이 가정용 제품으로 이어지며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50년대에 등장한 JBL 파라곤(Paragon)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제품이다. 1957년 출시된 JBL 파라곤은 세계 최초의 가정용 스테레오 라우드스피커 시스템으로 당시 음악을 듣는 경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폭이 약 9피트에 달하는 독특한 형태의 JBL 파라곤은 스테레오 사운드의 구현과 조형미를 결합했다. 곡선형 확산 패널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스테레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피커를 단순한 음향 기기를 넘어 공간의 중심이 되는 오브제로 확장했다.
JBL 파라곤은 JBL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함께 보여주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기간 생산된 이 제품은 오늘날에도 JBL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스피커이자 수집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라디오에서 시작된 사운드 기술의 토대는 가정용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잭슨벨 라디오와 JBL 파라곤은 서로 다른 시대의 제품이지만 음악을 더 나은 방식으로 듣고자 했던 오디오 기술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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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의 기준을 가정으로…‘L100 센츄리’의 등장
JBL의 혁신은 가정용 오디오에만 머물지 않았다. 음악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스튜디오에서도 JBL의 기술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녹음된 소리를 더욱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재생하려는 노력은 프로페셔널 오디오의 발전을 이끌었고 이러한 기술적 유산은 다시 가정용 스피커로 이어졌다.
1960년대 초 개발된 JBL 4320 스튜디오 모니터는 현대적인 레코딩 컨트롤룸을 위해 제작된 초기 라우드스피커 중 하나다. 강력한 15인치 드라이버와 혼 로드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적용해 엔지니어들에게 높은 정확도와 출력 성능을 제공했다. 프로페셔널 스튜디오 모니터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JBL은 스튜디오에서 요구되는 사운드 재현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이러한 경험을 가정에서 음악을 듣는 방식과 연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 처음 출시된 JBL L100 센츄리(Century)다.
JBL L100 센츄리는 JBL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라우드스피커 중 하나로 한 시대의 홈 하이파이 문화를 정의한 제품이다. 쿼드렉스 폼 그릴(Quadrex foam grille)과 화이트 콘 우퍼, 월넛 베니어 캐비닛 등 개성 있는 디자인 요소를 갖춘 이 제품은 사운드 성능과 시각적 존재감을 함께 추구했다.
JBL L100 센츄리가 보여준 의미는 전문적인 오디오 기술과 가정에서의 음악 감상이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튜디오에서 발전한 사운드 기술과 가정용 오디오의 디자인 및 사용 경험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청취 문화를 만들어 갔다.
이러한 연결은 JBL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문적인 환경에서 요구되는 성능과 기술은 가정용 제품의 발전에 영향을 주고 가정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대는 다시 오디오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힌다.
JBL L100 센츄리는 이후에도 JBL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사운드 유산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남았다. 그 전통은 현대적인 음향 공학과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결합한 JBL L100 클래식(Classic)으로도 이어졌다.
잭슨벨 라디오가 초기 스피커 개발의 흔적을 보여주고 JBL 파라곤이 가정용 스테레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JBL L100 센츄리는 전문 오디오와 가정용 오디오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온 JBL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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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향한 추구…‘서밋 K2’로 이어지는 유산
JBL의 사운드 혁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멈추지 않았다. 기술과 부품의 발전을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사운드를 추구해 온 과정은 하이엔드 스피커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JBL은 1989년 최고 수준의 가정용 스피커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K2(Project K2)’를 시작했다. 에베레스트(Everest)와 함께 K2는 전문 오디오 기술을 가정용 제품에 적용하고 사운드 성능의 한계를 넓히려는 JBL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후 선보인 JBL K2 S9900은 새로운 세대의 JBL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K2의 전통을 이어간 모델이다.
JBL은 80주년을 맞은 2026년 오랜 시간 축적된 사운드 혁신과 디자인에 대한 추구를 상징하는 제품으로 JBL 서밋 K2(Summit K2)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프로젝트 K2의 설계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개발된 D2815 컴프레션 드라이버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전문 오디오 기술과 혁신적인 사운드 및 산업 디자인을 결합해 최고의 스피커를 구현하려는 JBL의 오랜 철학을 담아낸 제품이다.
JBL 서밋 K2는 JBL이 걸어온 여정의 여러 요소를 하나로 연결한다. 가정에서 음악을 듣는 경험을 새롭게 제시했던 JBL 파라곤과 전문적인 사운드 재현의 기준을 세워 온 스튜디오 모니터, 홈 하이파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JBL L100 센츄리까지 이들 제품을 통해 이어져 온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추구가 오늘날의 JBL로 연결된다.
JBL의 80년은 하나의 제품이나 특정한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초기 라디오 산업을 위한 스피커 개발에서 출발해 가정용 스테레오 시스템과 프로페셔널 스튜디오 모니터, 하이파이 스피커로 이어진 역사는 사운드 기술이 서로 다른 공간과 용도 사이를 오가며 발전해 온 과정이기도 하다.
영화관과 스튜디오, 공연장과 가정은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그 중심에는 음악을 더욱 생생하게 경험하고자 하는 기대가 있다. JBL은 이러한 기대에 응답하며 새로운 사운드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잭슨벨에서 JBL 파라곤으로, JBL L100 센츄리에서 JBL 서밋 K2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변화를 보여준다. 시대마다 제품의 형태와 기술은 달라졌지만 사운드의 가능성을 넓히고 음악을 듣는 경험을 발전시키려는 추구는 계속되고 있다.
JBL이 걸어온 80년은 과거의 성취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사운드를 향한 끊임없는 탐구가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이어지며 세상이 음악을 듣는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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