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24일 허가받은 노조 집회 외 금지…마르세유·리옹, 시위 금지
경찰 "파리 도심 행진은 불가"…노란조끼·학생들 반발
공공시설·상점들 대비…프랑스·독일 국채 금리차 유로존 위기 후 최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추가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도시에서 전면·부분 시위 금지령을 내리고,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오는 24일(현지시간)에는 노동조합 외 시위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 정보기관 수뇌부와 안보 회의를 열고 나서 "앞으로 며칠간 시위가 없어야 한다는 게 총체적 권고"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그는 "시위를 계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노조라면 지역행정관이 대체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며 "노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모두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온을 되찾는 게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오는 24일 이후로 예정된 전국 시위에 대응하는 '다음 단계 조처들'을 결정하기 위해 핵심 부처 장관들과의 안보 회의를 23일 주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지난 토요일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의 극좌 집단에 의한 정치적이고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가 있었다"며 지난 17일 폭력 사태의 배후로 극좌 세력을 지목했다.
앞서 각 지역도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이날 파리와 리옹, 릴, 그레노블, 툴롱, 루앙 등지에서 계획됐던 시위가 금지됐다.
파리 경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상·하원 의사당 등 주요 국가기관 시설과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바스티유 광장, 레퓌블리크 광장, 레알 등지에서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경찰 소식통은 파리 시위 금지령은 "주최 측이 폭력과 기물파손 행위를 막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리옹도 "현 상황을 볼 때 심각한 공공질서 위반이 우려된다"며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이 계획한 행진을 금지했다.
파리와 리옹 등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밤 연속 부분 야간 통금이 시행됐다.
파리에 이은 프랑스 3대 도시인 마르세유와 리옹은 오는 24일 모든 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리옹이 주도인 오베르뉴론알프주는 이날 성명에서 "17일 사태를 고려해 지방 행정관이 오는 토요일 24일 리옹시에서 모든 시위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 단체들은 24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으며 이에 동참해온 '노란 조끼' 운동 측도 이날 파리에서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디디에 베르제 내무부 차관은 BFMTV에 "우리는 지난주보다 20% 많은 수준으로 (보안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시위에는 경찰과 헌병대 등 약 6만명이 동원됐다.
시위 금지령이 내려진 이날 낮 파리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고 AP 통신과 프랑스24는 전했다.
주최 측은 파리 경찰의 시위 금지령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 결정의 상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청년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위대는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파리 남동부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며 구호를 외쳤다. 한 현수막에는 "최루 가스가 없어도 우리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고 적혔다.
프랑스에서 시위할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되며 당국의 시위 금지령은 이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AP, AFP 통신은 전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당국의 시위 금지령을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가엘 키랑테는 "시위할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억압과 잔혹성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티 아베르상크는 "우리는 계속 시위하고 조직하며 시위할 우리의 권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에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파리 경찰은 24일 시위대가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작해 파리 동부를 행진할 수 있다면서 상점과 공공시설이 밀집한 도심 진입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와 함께 행진을 조직한 '노란 조끼' 운동 측은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기관·업체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프랑스 문화부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파리 주요 박물관을 24일 하루 닫기로 했고, 국제 아트페어 아트 바젤 파리는 당초 일정보다 이틀 이른 23일에 폐막하기로 했다.
파리 도심의 명품 상점 등은 기물 파손과 약탈에 대비해 유리창에 나무판을 덧대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가 재정 불안에 더해 정치·사회적 혼란이 증폭되면서 프랑스 국채 가치는 연일 하락세다.
이날 장중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5.145%까지 올랐다가 5.11%로 다소 진정됐으나 여전히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일어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독일 국채는 상승하면서 프랑스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차는 1.7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유로존 부채 위기 때인 2011년 이후 최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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