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처럼 우리도 태극기 3개 올립시다" 약속 지킨 한국 사격…금·은·동 싹쓸이 [나고야 A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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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처럼 우리도 태극기 3개 올립시다" 약속 지킨 한국 사격…금·은·동 싹쓸이 [나고야 APG]

일간스포츠 2026-10-23 00:0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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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중국이 국기 3개를 올렸는데, 우리도 한번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22일 오전 황정민(44·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대표팀 선배 박진호(49·강릉시청)에게 건넨 말이다. 중국은 이틀 전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SH1)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며 시상대에 중국 국기 3개를 나란히 올렸다. 박진호는 "그래, 열심히 해보자"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 시상대에는 태극기 3개가 나란히 게양됐다.

한국 장애인 사격이 아시안패러게임(APG) 한 종목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이장호(37·청주시청)는 22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사격 혼성 50m 소총 복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발 합계 248.2점을 기록,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박진호(247.5점), 동메달은 황정민(227.0점)이 차지했다.

특히 이장호의 우승은 극적이었다. 본선 8위로 가까스로 결선행 막차를 탔던 그는 결선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박진호에겐 대회 전부터 바라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그는 개막 직전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후배들과 1·2·3위에 함께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 출전권(쿼터)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후 만난 박진호는 "출전하는 어떤 종목이든 후배들과 1·2·3위를 하기를 바랐다"라며 "쿼터가 한 장 더 나와서 참 기쁘다"고 웃었다.

박진호 역시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로 경기를 치렀다. 그는 "원래 결선에서는 팔을 안 푸는데, 왼쪽 어깨 통증 때문에 서너 번 풀 수밖에 없었다. 팔을 풀고 다시 잡았더니 영점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장호가 "진호 형님 컨디션이 좋았으면 금메달을 따셨을 것"이라고 하자, 박진호는 "아니다. 우리 셋 중 누구나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이장호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본선에서는 결선만 가자는 마음이 컸다"라며 "결선에서 4등까지 내려갔을 때 '나 때문에 셋이 함께 시상대에 서는 게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 뒤로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22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사격 혼성 50m 소총 복사에서 금은동을 싹쓸이 한 이장호(가운데)-박진호(왼쪽)-황정민(오른쪽).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번 금메달은 이장호에게 더욱 특별했다. 그는 2024 파리 패럴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까지 고민할 만큼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다시 사격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한 종목이 바로 50m 소총이었다.

이장호는 "유럽 선수들이 잘 쏘는 종목이고, 한국이 패럴림픽에서 메달이 없는 종목이기도 해서 더 집중해 보려 했다. 그게 다시 올라온 계기가 됐다"라며 "메달은 정말 기분 좋지만 점수로 보면 아직 부족하다. 더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SH1)에서는 박진호가 은메달, 이장호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에는 이장호가 금메달, 박진호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APG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황정민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2020년 교통사고를 겪은 뒤 사격을 시작한 그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이렇게 큰 국제대회에 함께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결선 도중 잠시 1위에 올랐던 상황에 대해서는 "한 발 한 발 집중하느라 몇 등인지도 몰랐다.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안 돼서 다음 발만 준비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오전에 나눈 '태극기 3개'의 약속은 몇 시간 뒤 현실이 됐다. 본선 8위의 대역전극을 펼친 이장호, 부상 속에서도 후배들을 격려한 박진호, 첫 APG에서 시상대에 오른 황정민까지. 세 선수는 한 종목의 금·은·동메달을 나눠 가지며 한국 장애인 사격의 저력을 보여줬다.

도요타(일본)=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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