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감사 공방…이형일 "업계 의견 등 다 모아 최대한 숙고해 판단"
미래대응기금 "재정 빨대" vs "미래 준비"…부동산 대책도 도마 위
(서울=연합뉴스) 박재하 기자 = 여야는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까지 세 차례 유예된 가상자산 과세 시행과 관련해 시각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계속된 유예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빠른 시행을 촉구하는 입장과 법·제도 미비를 이유로 한 차례 더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국민의힘은 과세 인프라가 여전히 미비하다며 사실상 '유예 찬성' 입장을 내보였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이날 재정경제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은 이미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있고 현재 48개국이 과세를 하는 모양"이라며 "몇 년 전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유예할 때마다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후 그간 세 차례 유예돼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일단 이에 맞춰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프라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나온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해서 본회의장에서 의결한 법률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면서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건 대한민국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며 "이미 확정된 법을 흔들면 무엇을 믿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과세 시점과 관련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제정 단계에 있어 이를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권리와 이용자 보호 문제 등의 체계가 모두 갖춰지고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점에 과세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견해들도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여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한 지 6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질책받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준비가 됐다고 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준비가 안 됐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동안 소통을 어떻게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조세 형평성이 붕괴되고 있다"며 "국내 거래소는 우리가 과세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는 우리에게 거래명세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정 과세 기준이나 과세 인프라가 아직도 미비하다"며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국세청 고시에 따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소한 6개월에서 9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무슨 준비가 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번 국감에서도 여러 지적을 받아서아서 전문가나 업계 의견을 더 들어 보고 판단해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업계 의견과 국회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걸 다 모아서 최대한 숙고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여야는 정부가 추진하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진정한 '재정 빨대'는 소방 예산이 아니라 미래대응기금"이라며 "지출 사업의 94%가 다년도 사업인데 162조원을 모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다 털어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재경부가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안 일부 내용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기획예산처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정치인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이형일 부총리가 완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수단이라고 엄호했다.
문진석 의원은 "반도체 호황이 언젠가 꺼진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넘겨주기 위해 기금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기업도 마찬가지로 이익이 많이 날 때 그것을 빚 갚는 데 다 쓰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토지거래허가제와 임대사업자 규제,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세제 정책 등 이 세 가지가 결국 전월세 시장의 매물을 없애고 있다"며 "전월세 시장이 무너지니까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 비상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김남준 의원은 "올해 상반기 수도권 착공 물량은 6만5천호로 작년과 비슷한데 준공 물량은 거의 절반 수준"이라며 "과거 (정부의) 착공 감소 영향이 본격화해 준공 물량 감소로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2028년 이후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지는 누구도 확신을 못 한다"며 "그런데 역사적 보상 논리로 속도전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호남 반도체 투자를 두고 국가가 무리한 도박을 한다는 뉘앙스로 말하는데 이건 기업의 전략적 투자"라며 "중국이 무섭게 추격 중인데 이를 제압하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절박함을 가지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기됐다.
안도걸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연 우아한형제들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이 금융기관에 대출받을 때 소득을 증빙할 수 있도록 배달의민족이 보유한 소득 관련 정보를 신용보증기관에 제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김 CFO는 "취지에 공감하고 그러한 소득 증빙을 보다 실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동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jaeha6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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