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을 5개 발전공기업 통합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노동계는 통합이 실질적인 고용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교육·재배치 기간의 임금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투자 재원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22일 ‘석탄발전 조기 폐지에 대응한 노동 분야 정책 토론회’에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업무 전환이나 지역 이동이 일부 불가피한 점은 있다”며 “‘한국발전’이라는 통합된 기업 안에서 에너지전환과 일자리 전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발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의 통합 구상을 가리킨다. 개별 발전사가 석탄발전소 폐지에 따른 고용 문제에 대응하는 대신, 통합기업 차원에서 새로운 에너지 사업과 인력 재배치를 연계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석탄발전소 자산을 새로운 에너지 자원과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노동자의 경험과 숙련이 축적된 시설을 활용해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면서 일자리와 지역경제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전환에 따른 비용과 부담을 노동자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국가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시된 의견을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과 세부 대책에 반영하고, 관련 후속 입법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러한 구상을 실행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화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토론자료에서 언론 보도를 인용해 2022~2026년 기후대응기금 약 12조원 가운데 고용유지와 직무전환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648억3100만원으로 0.54%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당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교육·재배치 기간의 임금과 대체인력 인건비가 꼽혔다. 김동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태안 1호기 폐지 후 약 열흘 만에 정원 100명이 감축되면서 충분한 전환교육과 재배치 준비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발전소 가동이 멈추더라도 노동자가 새 설비와 업무를 익혀 다른 일자리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 기간 정원 감축을 유예하고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별도 정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원만 인정하고 인건비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교육 기간 임금과 현장 업무를 대신할 인력의 비용, 교육·실습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용이 공공기관의 인건비 한도나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리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고 얼마나 배분할지도 과제다. 이경희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법에 일반회계와 기후대응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할 근거가 있지만, 실제 지원 규모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수입이 변동하는 기금에 의존하면 필요한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재원 규모와 배분 방식을 명시하거나, 지역별 지원 수요와 필요한 예산을 국가계획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노동자의 전환 준비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이들이 옮겨갈 새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공기업이 이를 감당할 재무 여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왔다. 김 부위원장은 기존 발전사업의 수익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체 설비 투자와 조기 폐지에 따른 손실까지 부담하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비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한 채 발전소를 닫으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좌초자산’ 손실이 신규 투자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무 기반을 확보하지 않은 통합은 기존 부채와 손실을 한곳에 모으는 데 그칠 수 있다며, 조기 폐지에 따른 손실 처리와 고용유지, 대체 발전설비 확보, 신규 사업 투자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와 일정을 구체화하고,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포함한 인력 재배치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재원과 집행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재정 당국과의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부영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정전력전환과장은 “실제 예산과 이런 다른 부분들도 저희의 한계가 있다”며 11월 출범을 준비하는 협의체에 재정 당국이 직접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법률상 재원 활용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별 수요와 필요한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날 총지원 규모와 인건비 지원 방식, 재원별 분담 비율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