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아 난치암으로 불리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경로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조현수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 연구팀과 경북대 허근 교수팀은 암 주변 섬유아세포에서 전달되는 마이크로 RNA(miR-1290)이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 타깃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9월 20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쉽지 않은 이유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암세포 성장을 도우면서 표적 치료의 과녁이기도 한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모두 없어서 붙은 이름이다.
표적항암제의 대상인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기 때문에 표적항암제 치료가 안 듣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어렵다. 진단 후 5년 안에 재발할 위험이 다른 유형보다 높고, 폐·뇌·간 같은 장기로 전이가 쉽다는 점도 환자와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이유다.
암 주변 세포가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내는 miR-1290
섬유아세포는 원래 조직을 지탱하고 상처 회복을 돕는 세포다. 그런데 암 주변에서는 오히려 암을 도우는 세포로 돌변한다. 연구팀은 이 세포가 무엇을 보내 암을 키우는지 확인하기 위해 엑소좀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여러 물질을 담아 다른 세포로 전달하는 택배 상자 같은 작은 주머니다.
암 주변 섬유아세포와 유방암 세포가 내보낸 엑소좀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miR-1290이 암 성장에 관여하는 핵심 후보로 지목됐다. miR-1290이 암세포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팀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 'TBC1D4'가 줄어들고, 이어 세포 성장 신호인 'mTOR'가 활성화되면서 암세포가 더 빨리 자라는 연쇄 반응을 확인했다. 세포 배양과 동물 실험에서 miR-1290이 늘면 종양이 커지고, 기능을 막으면 증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쓰던 약으로 성장 신호 차단… 혈액검사로 진단 가능성도
연구팀은 이 경로를 차단할 기존 약물로 에베롤리무스에 주목했다. 에베롤리무스는 진행성 신세포암,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진행성 유방암, 신경내분비종양, 결절성 경화증 관련 종양 등에 이미 승인돼 쓰이는 mTOR 신호 억제제다.
3차원 종양 세포 모델과 동물 실험에서 이 약이 miR-1290에 의해 촉진된 암세포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다. 라파마이신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 혈액 검사를 통한 진단 가능성도 열었다. 공개된 혈액 데이터 분석에서 유방암 환자 1280명은 비(非)환우 2686명보다 혈중 miR-1290 수치가 높았고,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39명도 비환우 20명보다 높았다. 혈중 miR-1290이 많을수록 생존율이 낮은 경향이 나타나, 암 진행과 예후를 예측하는 진단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현수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치료가 어렵던 삼중음성유방암의 성장 원인을 암 주변 환경 메커니즘을 통해 찾아내고, 기존 약물을 재활용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적 치료법과 정확한 진단 기준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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