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현대음악 100번의 뚝심… 일신홀 ‘프리즘 100’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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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현대음악 100번의 뚝심… 일신홀 ‘프리즘 100’ 무대

뉴스컬처 2026-10-22 13:36:50 신고

일신프리즘100 출연진. 사진=일신문화재단
일신프리즘100 출연진. 사진=일신문화재단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대중에게 외면받기 일쑤인 낯선 현대음악을 9년간 묵묵히 무대에 올려온 서울 한남동 일신홀이 마침내 100번째 이정표를 세운다. 일신문화재단은 오는 11일 서울 일신홀에서 일신프리즘콘서트시리즈 100회 기념 공연 ‘프리즘 100(PRISM 100)’을 개최한다.

2017년 9월 첫발을 뗀 일신프리즘콘서트시리즈는 20세기와 21세기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9년간 누적 100회 공연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초연 15곡, 아시아 초연 7곡, 한국 초연 42곡을 무대에 올리며 국내 현대음악 레퍼토리 확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악보 확보와 특수 주법 등 준비 과정이 까다로운 현대음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일신홀은 모든 공연을 무료로 개방하며 대중의 경제적 문턱을 헐었다. 그 결과 생소한 음악임에도 예약 개시 5분 만에 매진되거나 공연 전부터 줄을 서는 탄탄한 고정 관객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100회 기념 공연에는 아코디언 연주자 슈테판 후쏭, 첼리스트 문태국, 플루티스트 윤혜리,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 피아니스트 임수연 등 6명의 최정상급 연주자가 뭉친다.

전반부 독주 무대에서 문태국은 파울 힌데미트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작품번호 25-3(Sonata for Solo Cello, Op.25 No.3)’으로 강렬하고 날카로운 첼로의 극한을 보여준다. 이어 슈테판 후쏭은 자신에게 헌정된 엘레나 멘도사의 아코디언 독주곡 ‘데쿠페(Découpé)’를 통해 다다이즘의 ‘잘라 붙이기’ 기법을 악기의 음향으로 과감하게 재구성한다.

이어 두 악기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십자가 위에서(In croce)’로 조우한다. 첼로와 바얀(버튼식 아코디언)을 위해 쓰인 이 곡은, 높고 낮은 음역에서 출발한 두 선율이 점차 다가와 교차하는 방식으로 십자가의 수직·수평 구조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발음 원리가 전혀 다른 현악기와 기명악기의 상반된 음색이 빚어내는 독특한 음향적 마찰이 핵심 감상 포인트다.

일신프리즘100 출연진. 사진=
일신프리즘100 출연진. 사진=일신문화재단

 

피날레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실내교향곡 제1번 E장조, 작품번호 9(Kammersymphonie Nr.1, Op.9)’가 장식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원곡의 15인 편성 대신, 쇤베르크의 제자 안톤 베베른이 5중주(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임수연 감독은 “일신프리즘은 저마다 독창적인 빛을 발하는 수많은 별 같은 작품과 연주자를 계속해서 비추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익숙함 너머의 음악적 발견을 선사하는 무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관현악의 복잡한 대위법과 4도 화성을 단 5대의 악기로 치밀하게 압축해 낸 이 작품을 통해 윤혜리, 조성호, 최해성, 문태국, 임수연의 정교한 앙상블을 엿볼 수 있다. 조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화성 어법의 파격을 시도한 쇤베르크의 거대한 음악적 구조를 실내악의 정제된 문법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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