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3년 만에 AX ‘안착’[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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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3년 만에 AX ‘안착’[현장]

EV라운지 2026-10-22 11:58: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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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사장(왼쪽 첫 번째)이 21일 현대차그룹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에서 IT·AI 분야 임원 및 실무자들이 대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AI 전환(이하 AX)은 특정 기술 하나를 도입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열린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진은숙 사장은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 핵심을 기술이 아닌 조직의 변화에서 찾았다. AI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그 결과를 개선해 나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그룹이 AI를 업무 현장에 적용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해결한 과정이 공개됐다. 눈길을 끈 건 AI 모델 자체보다 경영진의 이해, 전사적인 데이터 통합, 현업 부서 참여를 강조한 대목이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별 부서 기술 도입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경영진이 방향을 설정하고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시작된 소프티어 테크톡은 그룹 정보기술(IT) 임직원이 프로젝트 성과와 교훈을 공유하는 사내 기술 컨퍼런스다. 올해 처음 외부에 공개한 것은 그동안 축적한 AX 경험을 다른 기업과 나눌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시행착오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까지 공개하며 AX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실질적인 참고 사례를 제시했다.

AI 경쟁력 출발점 데이터 수집
경영진 이해·전사적 협업 관건


현대차그룹이 강조한 AX 출발점은 데이터다. AI 모델이 고도화하더라도 실제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서별로 흩어져 있거나 최신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부터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며 업무 관리와 지식 공유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 협업 환경을 구축했다. 부서마다 분산돼 있던 정보와 업무 기록을 공유하고, 데이터와 IT 시스템 관리 책임을 정비해 부서 간 데이터 활용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전 세계 약 1200만 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140페타바이트(PB) 규모의 차량 센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십 개 법인의 고객·품질·판매 등 기업 운영 데이터도 7000개 이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은 생성형 AI 활용 확대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챗’을 도입했다. 현재 그룹 임직원의 70% 이상이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보안 기준을 마련해 자율주행·수소 등 국가핵심기술 관련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AI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려면 최고경영진부터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AI를 단순한 IT 시스템 도입이나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접근해서는 현장 업무 방식까지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AI 활용의 목표와 원칙을 정하고, 데이터 공유와 부서 간 협업을 뒷받침해야 조직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범사업 성과 현장 정착 별개
공통 플랫폼으로 해법 찾아야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기술 개발 못지않게 현장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시범 운영 단계에서 성능을 검증한 AI가 실제 업무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공통 플랫폼 구축과 현업의 신뢰 확보, 데이터 관리 체계 정비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다. 차량 조립 순서 오류를 찾아내는 이 시스템은 초기에는 공장마다 별도의 모델로 운영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단일 모델로 통합했고, 현재 국내외 73개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사업장마다 유사한 시스템을 따로 개발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검증된 기술을 다른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판매 수요예측과 정비 분야에서도 AI가 현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실무자가 직접 입력하던 차량 판매 수요 계획은 AI가 먼저 제안하도록 했고, 정비사를 돕는 AI는 공식 정비 매뉴얼에서 근거를 찾아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AI의 판단을 실무자가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해 현장의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다.

업무 정보의 통합도 성과로 이어졌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각 부서가 최신 상태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면서, 기존에 정보를 찾는 데 약 10분 걸리던 작업을 통합검색으로 약 20초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박근한 현대차·기아 머신러닝랩 상무는 “AI 과제의 성패를 가른 것은 현장 문제를 반영한 명확한 문제 정의, 공통의 플랫폼,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관리 체계였다”며 “현장 제약을 하나씩 풀어내며 구축한 시스템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AI 여정을 위한 준비’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이 만든 AI 도구 공유
피지컬 AI 인프라 확충해


AI 활용이 개발자 중심에서 일반 임직원으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비개발자가 AI를 활용해 만든 업무 도구가 개인 PC에 머물면 조직 전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반대로 검증 없이 공유하면 보안과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이 직접 만든 AI 도구를 안전하게 배포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사내 플랫폼 ‘H-런치’를 이달 선보인다. AI 에이전트가 업무 시스템과 연동되는 상황에 대비해 에이전트에도 고유 식별번호(ID)를 부여하고 활동 기록을 관리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데이터 삭제 등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에는 사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 활용 편의성과 통제 체계를 함께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필요한 조직에 컴퓨팅 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 서비스 운영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2026년 4분기부터 대규모 GPU와 자체 개발 AI 플랫폼을 활용해 기반 역량을 강화하고, 2029년 하반기부터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GPU 1만 장 이상을 활용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이날 논의는 AI를 개별 부서의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적인 운영 체계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으로 모아졌다. 데이터가 조직 전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현업이 AI를 믿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임직원이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고 개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사장은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을 만들어 다음 기술 혁신에도 앞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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