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과감한 선택과 치밀한 전략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타이거즈 역사상 4전5기 끝에 처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를 통과한 원동력이었다.
KIA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PO 3차전에서 시라카와 케이쇼의 호투와 타선이 폭발하며 13-1로 크게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가볍게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1차전에 앞서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 나는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는 게 맞을 것 같다"라며 "해럴드 카스트로와 나성범도 자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9타수 3안타(3홈런) 8타점 활약 속에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나성범(타율 0.364 2홈런 4타점)과 카스트로(타율 0.417 1홈런 2타점)도 맹활약했다.
1차전 선발 투수로는 LG를 상대로 훨씬 강했던 아담 올러 대신 제임스 네일을 택했다. 이범호 감독은 "네일이 큰 경기 경험이 더 많다. 후반기에도 가장 안정적이었다. 한국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기에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면 네일이 1차전 선발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네일은 7이닝 1실점 호투로 KIA의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또 이범호 감독은 1차전서 2번 타순을 놓고 김선빈, 김규성을 놓고 고민했다. 이 감독은 "김선빈이 큰 경기 경험이 많다. (김규성은) 톨허스트에 강했지만, 김선빈을 앞에 두는 게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선빈은 8회 안타로 김도영의 쐐기 2점포의 발판을 마련했다.
2차전에서는 전날 안방을 책임졌던 '우승 포수' 김태군을 대신해 신예 한준수를 투입했다. 이 감독은 "결국 선발 싸움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올러가 마지막 LG전 등판에서 안 좋았다"며 "올러가 한준수와 짝을 이뤘을 때 LG전 성적이 더 좋더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거 같아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에서 한준수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을 때 LG전 평균자책점이 0.50(김태군 5.25)으로 굉장히 낮았던 올러는 2차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한준수는 공수에서 활약이 빛났다. 1회 첫 타석부터 4-0으로 달아나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린 한준수는 3회 초 2사 1·2루 위기 상황서 1루 주자 박해민을 포수 견제사로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또한 바람의 방향과 세기까지 고려해 나성범을 우익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치밀한 계산도 돋보였다.
3차전에서는 LG 선발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좌타자에 약한 점을 고려해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 7명을 배치한 점이 주효했다. LG에 강한 리드오프 박정우가 1회 초 첫 타석에서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걸어나가는 등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KIA는 이날 포스트시즌 역대 4번째로 선발 타자 전원 안타 및 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양현종이 아닌 시라카와를 3차전 선발로 택한 것도 완벽 적중했다. 시라카와는 LG전에 부진했고, 큰 경기 경험이 적은 탓에 관중이 많을 수록 부진한 편이었다. 이 감독은 "1회부터 전력으로 던져달라"고 주문했고, 시라카와가 흔들리면 1~2회에도 마운드를 바꿀 것이라고 마운드 운영 계획을 공개했다. 시리카와는 5이닝 1실점 9탈삼진으로 믿음에 100% 보답했다.
이범호 감독은 "준PO 3연승은 기대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잘 준비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KIA는 25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PO 일정에 돌입한다. 이 감독은 박진만 삼성 감독과 2년 만에 다시 가을 무대서 벤치 싸움을 벌인다. 이범호 감독은 "나흘이라는 휴식 시간이 큰 힘이 될 것 같다"라며 "삼성은 우리보다 강팀이다. 더 과감하게 플레이할 생각이다. 준PO보다 더 즐겁고 신나는 야구를 해야 한다.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차전은 네일과 올러가 나간다. 양현종이 대구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광주에서 열리는 3차전 또는 4차전에 내세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