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이면 주소 찾아준다”…살인·납치 조력자 된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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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이면 주소 찾아준다”…살인·납치 조력자 된 탐정

이데일리 2026-10-22 06:0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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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송파 장모 살해범’ 김성우(26)의 사례처럼 최근 급증하는 관계성 범죄에 탐정업자들이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탐정’ 명칭 사용이 정식으로 허용됐지만 과거 불법 흥신소와 다르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탐정의 업무 범위와 관리 기준을 정한 법률이 없어 생겨난 사각지대로 보고 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장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별거하던 부인을 납치해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26살 남성 김성우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장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별거하던 부인을 납치해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26살 남성 김성우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송파 장모 살해사건을 송치한 뒤 김성우가 흥신소를 이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흥신소 관계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아내 A씨의 동선을 비롯해 처가 주거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한 정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탐정이라고 불리는 민간조사업은 2020년 탐정 명칭 사용이 합법화됐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과거 흥신소와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자격증만 있을뿐 공식 인증 면허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탐정사무소와 흥신소 명칭이 혼용한다. 사용자들 역시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관계성 범죄에 탐정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현직 탐정은 “전 연인이나 배우자를 찾아 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온다”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불법적인 요소가 다분한 의뢰다.

하지만 거절을 해도 결국 다른 탐정사무소에 같은 의뢰를 넣고 결과를 받아낸다고 했다. 임병수 KCI 한국탐정연맹 상임대표는 “공무원 등과 연결된 ‘조회 브로커’로부터 주소를 매입하는 구조”라며 “주소 확보에 50만원 가량 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유사 사건 판결문을 보면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된 탐정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지법은 2025년 8월 이혼소송 중인 남편의 의뢰로 90만원을 받고 아내를 미행한 탐정업자와 직원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은 지난 7월 남편의 의뢰로 아내를 미행해 위치를 알려준 탐정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남편은 이 정보로 아내를 찾아다니다 흉기로 위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0월 흥신소를 통해 옛 연인의 집과 직장을 알아낸 뒤 흉기를 들고 찾아간 남성에게 살인예비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2021년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도 흥신소를 거쳐 피해자 집 주소를 손에 넣었다.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이 2만원에 넘긴 주소였다. 해당 공무원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문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탐정과 흥신소로 대표되는 민간조사업에 대한 규제는 없다. 탐정 명칭 사용을 허용한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자격시험과 경찰청 등록·감독 등을 담았지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탐정업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탐정업이 오히려 범죄를 돕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허용 범위와 금지 행위를 법으로 정하고 교육을 거친 사람만 활동하도록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제도권에서 할 수 없는 탈법적인 일을 탐정업이 대신하면서 이런 사건이 생긴다”며 “탐정업법을 제정해 실질적으로 규제할 뿐만 아니라 물류·택배업체 등에서 개인정보가 새 나가는 경로도 정부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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