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평생 쉼 없이 뛰지만 그 빠르기와 리듬은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규칙성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 '부정맥'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심방세동'은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찾아와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대한부정맥학회와 함께 부정맥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일상 속 관리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나아가 심방세동 조기발견을 위한 심전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필요성 등 학회의 심도 있는 정책적 제언도 함께 담았습니다. <편집자 주>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신호에 미세한 이상이 생기면서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불규칙하게 뛰기도 하는 질환이다. 종류에 따라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한 부정맥이 있는 반면 자칫 뇌졸중이나 급사로 직결돼 적극적인 치료가 시급한 경우도 적잖다. 부정맥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가슴 두근거리면 무조건 부정맥?(X)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또는 공황발작이 발생했을 때도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 이는 자율신경계 반응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 맥박이 규칙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반면 부정맥에 의한 두근거림은 갑자기 시작되거나 멈추기도 하며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단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구분이 어려워 심전도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대한부정맥학회 오세일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부정맥은 두근거림뿐 아니라 가슴이 순간적으로 뻐근하거나 숨이 차고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심한 경우 실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맥,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X)
부정맥의 종류와 발생빈도, 동반증상 등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심방조기수축과 심실조기수축은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부정맥으로 특별한 증상이나 다른 위험요인이 없다면 경과를 관찰한다.
건강검진에서 맥박이 느리게 뛰는 ‘동성서맥’ 진단을 받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정상맥박은 분당 60~100회지만 이보다 조금 느리다고 해서 무조건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등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별다른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본다.
■심방세동, 증상 없으면 안심해도 된다?(X)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특히 고령층에서 흔하다. 가슴 두근거림이 대표적 증상이지만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건강검진 등 심전도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대한부정맥학회 정보영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심방세동이 위험한 이유는 심방 내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방세동은 뇌졸중을 유발하는 주요위험요인으로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워치로 심방세동 진단 가능?(X)
심전도측정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부정맥 포착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발생한 순간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에서 심방세동 알림이 떴다고 해서 실제로 심방세동으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다. 측정 중 손가락이나 팔에 힘이 들어가면 심전도파형이 흔들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최종일 국제교류이사(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마트워치에서 심방세동이 감지됐다면 관련 기록을 저장해 진료 시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특히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가슴 불편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심방세동 알림까지 반복된다면 빨리 진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정맥은 유전이다?(△)
부정맥은 가족력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고령인 부모에게는 심방세동이, 젊은 자녀에게는 심실조기수축이 나타나는 식이다.
단 일부 부정맥은 유전적 요인과 연관이 있어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원인불명의 돌연사를 겪었거나 유전성 심장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혈압 높으면 부정맥위험도 높다?(O)
고혈압은 심방세동의 주요위험요인 중 하나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에 구조적 변화가 생기면서 부정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반면 저혈압이 있다고 해서 부정맥위험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상 없으면 심전도검사 안 받아도 된다?(X)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났다가도 이내 사라지거나 심방세동처럼 별다른 전조증상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대한부정맥학회는 40세부터 주기적인 심전도검사를 권고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심장질환가족력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