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체 아시아쿼터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5·KIA 타이거즈)였다. 2024시즌 대체 외국인 투수로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시라카와는 여러 구단이 눈여겨 본 '인기 매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단이 영입을 주저했다.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4년 9월 일본으로 복귀한 시라카와는 그해 12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았다. 지난 3월 공식전 등판을 소화했으나 시즌 내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KIA의 판단은 달랐다. 아시아쿼터 호주 내야수 제리드 데일의 대체 선수가 필요해지자 과감하게 협상 테이블을 차려 영입을 확정했다.
무작정 승부수를 던진 것은 아니었다. KIA는 물밑에서 시라카와의 몸 상태와 재활 치료 경과, 실전 투입 경쟁력 등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부상 이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다각도로 확인을 거친 뒤 내린 결정이었다. 김잔 KIA 전력기획팀장은 "일본 현지에 스카우트가 있다. 여기에 구단 내부 스카우트를 일본에 파견해 계속 시라카와의 (일본 독립리그) 경기를 따라다녔다"며 "다른 구단 관계자를 현장에서 마주친 적도 많았다. 단장님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시라카와를 봤고, 구위를 회복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걸림돌도 있었다. KBO리그 내 다른 구단에서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라는 꼬리표였다. 시라카와는 2024년 9월 초 두산과의 단기 계약이 만료된 뒤 팀을 떠났다. 시즌을 치르면서 약점이 드러났고, 특히 관중이 많은 경기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른바 '새가슴' 이미지도 따라붙었다. 김잔 팀장은 "다른 팀이 포기했던 선수를 데려오는 거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봤을 때 정말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다"며 "아시아쿼터 풀이 한정적이고 거기서 최선의 카드라고 봤을 때 시라카와로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라카와는 올 시즌 4승 5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아시아쿼터로는 흔치 않게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다. 이어 20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 쾌투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승을 거둔 베테랑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1과 3분의 2이닝 5실점)와의 선발 매치업에서 압승을 거둬 더욱 의미가 컸다.
과거의 이력이나 다른 구단의 판단에 얽매이기보다 직접 확인한 경쟁력을 믿었고, 그 선택은 가을야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한된 아시아쿼터 자원 속에서 최선의 카드를 찾으려 했던 KIA의 승부수가 결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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