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전국적인 폭력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군 병력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부실에 항의하는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번지면서 주요 도시에는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졌고, 오는 24일 예고된 추가 시위를 앞두고 경찰과 군의 경계 태세도 강화된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시위로 방화 피해가 발생한 현장. / 프랑스 공영 뉴스매체 'franceinfo' 유튜브 보도화면 캡처
21일 로이터·AFP·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서 오는 24일 시위에 대비해 경찰력을 대규모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폭력 사태를 막는 데 경찰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기존 대테러 경계 작전인 '상티넬(Sentinelle)'에 참여하는 군 병력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군인들이 일부 경계 업무를 대신 맡으면 경찰과 헌병대가 시위 현장의 질서 유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군 병력까지 동원하기로 한 것은 지난 주말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폭력 사태 때문이다. 파리와 리옹 등 주요 도시에서는 상점 약탈과 차량 방화가 잇따랐고,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도 충돌이 벌어졌다.
고물가 항의 시위에 50만명 참가…상점 3000곳 피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시위로 방화 피해가 발생한 현장. / 프랑스 공영 뉴스매체 'franceinfo' 유튜브 보도화면 캡처
프랑스에서는 지난 17일 약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치솟는 생활비와 교육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투자 부족에 항의했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공공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파리에서는 차량과 자전거가 불탔고,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 건물이 방화 피해를 입었다. 중부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에 불이 붙어 지붕이 화염에 휩싸였으며, 당국은 시청 방화 혐의를 받는 남성을 체포했다. AFP통신은 이 남성이 극좌 운동과 연관된 인물로 경찰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서 약 3000개 상점이 약탈이나 파손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파리상인연합회는 상인들이 사설 경비업체까지 고용해야 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프랑스경제인협회 역시 국가가 폭력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주말 폭력 사태 당시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경찰 인력 배치가 지나치게 고정적이었고 현장 대응도 충분히 신속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리 등 주요 도시 야간 통금…24일 추가 시위 예고
프랑스에서 오는 24일 추가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관련 상황을 전하는 현지 방송 보도화면. / 프랑스 공영 뉴스매체 'franceinfo' 유튜브 캡처
프랑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폭력 사태가 집중된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레퓌블리크 광장과 레알 지구 등을 중심으로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이 제한됐으며, 북부 릴 등에서도 지역별 통금 조치가 내려졌다. 보르도와 니스 등 일부 도시는 며칠간 제한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2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전날 밤 시행한 통금이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각 지역 행정당국이 시장과 협의해 필요한 곳에서 통금 조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일대에서는 경찰 헬기가 상공을 돌며 통금 준수 여부를 살폈다. 당국은 연료가 담긴 병과 캔, 폭죽 등의 소지를 일시적으로 금지했으며 학교 주변에서는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도 제한했다.
그러나 시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과거 프랑스 전역에서 유류세 인상 등에 항의했던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이 오는 24일 다시 거리로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정부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24일 시위에 경찰을 대규모로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폭력 사태가 조직적으로 벌어졌으며 그 배후에 극좌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폭력에 가담한 모든 참가자가 특정 정치세력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병력은 기존 대테러 경계 임무를 맡는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과 헌병대의 인력을 시위 대응에 집중시키기 위한 조치로, 군이 시위 현장에서 직접 진압에 나선다는 뜻은 아니다.
체포 2500명 넘어…피해액 최대 1조8000억원
프랑스 대규모 폭력 시위로 피해를 본 상인들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다룬 현지 방송 보도화면. / 프랑스 공영 뉴스매체 'franceinfo' 유튜브 캡처
프랑스 사법당국은 폭력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후 체포된 사람은 25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800명 이상이 사법당국에 넘겨졌다. 20일 정오 기준 149명은 구금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부 릴에서는 비디오게임 상점을 약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3명이 각각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들은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었지만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상점과 공공시설이 잇따라 파손되면서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보험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폭력 사태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10억~12억유로, 우리 돈 약 1조5000억~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는 폭력 사태 이후 고객 감소와 소비 심리 위축,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프랑스 정부는 피해 상인들을 돕기 위해 최대 5만유로, 약 7500만원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시위에 따른 사회 불안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일 장중 4.96%까지 올랐고,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도 1.54%포인트로 벌어졌다. 프랑스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폭력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채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4일 추가 시위에 대비해 경찰과 헌병대의 현장 배치를 확대하고, 군 병력으로 일부 경계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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