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대회, 두 개의 신기록, "달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장민호의 특별한 금빛 질주 [나고야 A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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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대회, 두 개의 신기록, "달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장민호의 특별한 금빛 질주 [나고야 APG]

일간스포츠 2026-10-21 07:0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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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힘든 훈련을 한 날에는 시야가 많이 흐려져 일상생활도 불편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었던 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눈앞이 흐려져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견디면서도 트랙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묵묵히 달린 끝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 육상의 장민호(29·안양시청)가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민호는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APG) 육상 남자 100m(스포츠등급 T13) 결선에서 10초48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오전 예선에서 10초61의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했던 그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자신의 기록을 0.13초 앞당기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그에게 이번 금메달은 특별하다. 불과 20여 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그는 혼성 1600m 계주 예선에서 한국신기록을 합작했다. 이어 처음 출전한 APG에서는 개인전 금메달과 아시아신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아시안게임 무대를 연이어 밟으며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장민호의 육상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고교 시절 장거리 선수로 활동하다 운동을 그만뒀던 그는 2023년 단거리 선수로 돌아왔다.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지만,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유전성 희귀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돼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장민호는 운동화를 벗지 않았다. 지난 6일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APG 선수단 기자회견에서 그는 시력 저하 속에 운동을 이어가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민호는 "400m 훈련은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안압이 올라가는 것 같고 시야도 많이 흐려진다"며 "훈련이 힘든 날에는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그는 고통보다 달릴 수 있다는 행복을 먼저 이야기했다. 장민호는 "그렇게 고된 훈련을 하고 나면 오히려 경기가 즐겁고 두렵지 않다"며 "늦게 다시 시작한 육상이고, 하고 싶었던 운동을 원했던 만큼 할 수 있기 때문에 힘든 훈련마저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그를 다시 트랙으로 이끈 건 여자친구였다. 운동을 그만뒀던 시절부터 다시 도전에 나서기까지 그의 곁을 지킨 든든한 버팀목이다. 장민호는 "육상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여자친구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며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기록이 나오지 않아 힘들 때마다 항상 응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 출전까지 힘을 보탠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APG를 급하게 준비했는데 연맹과 체육회 관계자들, 대표팀 감독님까지 모두 빠르게 움직여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장민호는 대회 전 "항상 출발선에 서면 최고 기록을 목표로 달린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하루에 두 번이나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때 내려놓았던 육상의 꿈을 다시 붙잡은 청년. 시야가 흐려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질주는 마침내 금빛 결실로 이어졌다. 장민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행복의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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