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예산, 얼마나 늘리고 어디에 쓸까…다양한 해법 제시
재난 위험·현장 수요 고려한 예산 배분과 국가·지자체 협의도 강조
(전국종합=연합뉴스)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계속되는 지역 간 소방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려면 국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예산 배분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가 소방 예산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지역별 재난 위험과 현장 수요를 고려한 효율적인 재원 배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함께 소방 인력·장비 확충, 현장 대원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권한 분담을 재조정하기에 앞서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가직 소방, 재정은 지방 의존"…국비 지원 확대 한목소리
상당수 전문가는 전국 어디에서든 동일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국가직 전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의 재정 부담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소방이 국가직으로 바뀔 때 관련 예산도 국비로 충당되는 것이어야 했다"며 "이제 그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비 10%에 지자체 예산 90% 상황에서 소방은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예산을 국비에서 충당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관들이 짊어질 위험도가 다 달라지고 있다"며 "예를 들면 무적의 장비라 불리는 무인파괴방수차를 예산 문제로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예산과 지휘체계가 여전히 시·도에 남아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장비 교체나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형준 부산과학기술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학과장)는 "우리나라 소방은 아직 완전한 국가직의 형태가 아니다"라며 "외국 기술을 도입했거나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은 비쌀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석 서원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력 충원과 장비 확충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는 소방관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소방교부세 재원을 담배소비세에 의존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세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국민이 누리는 안전 서비스에 차등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국가직인 소방의 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소방 재정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효율적 배분 체계 강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부담 비율을 재조정하고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되도록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방관 출신인 박청웅 전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 재정 부담이 크다 보니 처우 개선과 장비 보급 등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균형감 있게 예산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재정 분담 비율을 면밀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협의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소방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운 광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재난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재원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재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반복되는 순직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며 "한정된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중요한 것은 국가에 소방 예산을 책임지라고 하기 전에 예산과 권한 배분 등에 대해 숙의 과정을 거치고 적정한 분담 비율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도 지역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지역별 소방 예산 편차가 심하다는 이유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예산 권한은 여전히 지자체가 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재홍 김상연 강태현 정다움 전창해 정종호 나보배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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