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형·복합화에도 소방예산 국비 비중 10%…인건비 대부분 지자체 부담
인력 확충 성과에도 소방사무 '자치사무' 규정…시도 별 격차 지속
'예산 부족'에 개인보호 장비 38.9% 노후화…전문가들 "국가 재정책임 강화" 한목소리
[※ 편집자 주 = 최근 고(故) 김진석 소방위 순직사고를 계기로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온 소방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과거 지방직이었던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로 해마다 인력 충원이 이뤄지는 등 소방기능이 전반적으로 강화됐으나, 지방재정에 의존하는 예산 문제와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연합뉴스는 소방 국가직 전환 6년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현장 소방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제언을 토대로 해법을 찾아보는 기획 기사 3꼭지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전체 소방예산의 약 90%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소방인력 확충과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기반 강화 등 성과에도 예산과 인사·지휘체계는 지방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반쪽짜리 국가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형·복합재난이 증가하면서 지방재정에 의존하는 현행 소방체계를 개선하고 국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소방청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소방예산 8조1천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8천697억원으로 10.7%에 불과했다.
국비 비중은 국가직 전환 이전인 2019년 7.0%에서 2021년 14.9%까지 높아졌으나 이후 다시 낮아졌다.
특히 국가공무원인 소방관의 인건비도 지방정부가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2025년 소방공무원 인건비 예산 6조3천632억원 가운데 국비 성격인 소방안전교부세를 통해 지원된 인건비는 5천476억원으로 8.6%에 그쳤다.
2026년 예산안에서도 전체 인건비 6조5천550억원 가운데 소방안전교부세 지원액은 5천496억원으로 약 8.4%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가직 전환 당시 소방인력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중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으로 배분하는 비율을 20%에서 45%로 높였다.
그러나 소방안전교부세가 담배분 개별소비세에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담배 소비 변화에 따라 재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올해 1조503억원인 소방안전교부세는 내년 7천605억원으로 27.6% 줄어들 전망이다.
국가직인 소방 재정의 지방 의존도가 높은 것은 소방공무원의 신분과 소방사무의 법적 지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4월 1일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나뉘어 있던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통일했다.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대형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전국 소방공무원은 2017년 4만8천42명에서 국가직화를 거치면서 2024년 6만6천802명으로 늘었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도 같은 기간 1천91명에서 766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의 신분만 국가직으로 일원화됐을 뿐 실제 소방사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남아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역의 화재 예방과 경계, 진압, 조사 및 구조·구급을 지방정부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재정법도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원칙적으로 해당 지방정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이라는 신분만을 근거로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확대하기에는 제도적 제약이 있는 것이다
인사·지휘체계 역시 국가와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
소방공무원법에 따라 대통령과 소방청장의 임용권 일부가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으며, 시·도 소방본부도 시·도지사 직속으로 설치돼 있다.
소방청장이 대형재난 등 필요한 경우 시·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지만, 평상시 조직과 인력 운영에서는 시·도지사의 권한이 유지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공무원의 교육과 건강관리, 장비 확충 등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는 지역에 따라 25만∼70만원, 위탁교육비는 4만1천∼42만8천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도 2024년 기준 서울 1천255명, 전남 396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예산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쓰이면서 노후 장비 교체와 신규 장비 도입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청의 '2026 소방장비통계집'에 따르면 전국 개인보호장비 6종 60만5천936점 가운데 23만5천926점(38.9%)이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방화복과 방화 헬멧, 공기호흡기 등 내용연수가 정해진 장비를 합산한 수치다.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등 여러 시·도에 걸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방정부의 재정과 역량에만 의존하는 현행 체계를 개선하고,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소방사무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하고 국가와 지방의 재정·지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한 취지는 전 국민에게 동일한 안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담뱃세(소방안전교부세)를 조정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예산과 지휘·통제를 모두 책임지는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며 "경찰처럼 완전한 국가직 체계를 갖추지 않는 이상 현재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국가직 전환 당시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바꾸는 지방자치법 개정 없이 소방공무원의 신분만 전환하면서 불합리한 재정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에서 소방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규정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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