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편의점 등 골목골목 발굴망…1만8천건 지원 연결
위기가구 접수 2만9천건 돌파…불법 사금융 피해 연계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어린 자녀를 키우며 일하던 한부모 가정의 집 문 앞에 전기 단전과 수도 단수 예고장이 붙었다. 요금 체납으로 현장을 찾은 전기 검침원은 빠듯한 형편에 처한 이들의 위기를 놓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복지위기 알림 앱으로 지자체에 알렸다. 접수 직후 긴급 생계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며 단전 위기를 넘겼고, 체납도 해결됐다.
단골 약국의 눈썰미도 한 생명을 지켰다. 고혈압과 당뇨 약을 타러 오던 독거 어르신이 몇 달 새 식사를 거르고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약사는 앱을 통해 긴급히 돌봄을 요청했다. 지자체는 아들과 연락해 치매안심센터 검진을 받게 하고 주 3회 식사와 방문요양 서비스를 연결했다.
이처럼 골목길 일상에서 포착한 작은 신호들이 '복지위기 알림 앱'을 통해 벼랑 끝 이웃을 살리는 구호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6월 본격 가동 이후 복지위기 알림 앱에는 최근까지 약 2만9천건의 도움 요청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62.1%에 달하는 약 1만8천건이 실제 공공 및 민간 복지서비스로 연결되며 위기 극복의 디딤돌이 됐다.
접수된 요청 중 약 8천건은 이웃이나 현장 종사자가 대신 상황을 알린 사례였다. 복지위기 알림 서비스가 생활밀착형 복지 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복지위기 알림 앱 가입자는 10만3천46명을 기록했다.
일반 국민 4만8천359명과 함께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 및 의료기관 종사자, 전기 검침원 등 현장 인적 안전망 5만4천687명이 참여하고 있다.
누적 신고 2만8천823건 중 본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건은 2만1천96건, 이웃 및 업무유관자 신고는 7천727건이었다.
복지위기 알림 서비스는 본인이나 이웃이 경제, 건강, 돌봄, 주거 등 복합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휴대전화 앱과 복지로 누리집, 전국 씨유(CU) 편의점 결제 단말기(POS)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체계다. 접수 즉시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전달돼 복지 담당 공무원의 확인과 상담을 거쳐 맞춤형 지원이 제공된다.
서비스의 성과는 국민 일상과 밀착된 민관 협업 네트워크 덕분이다.
2024년 9월 씨유 편의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장조사원을 시작으로, 2025년 8월 한전MCS 전기 검침원이 검침 중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협약을 맺었다.
2026년 3월부터는 국세청 체납관리단이 현장 조사 중 발굴한 약 3천400가구의 위기 신호를 즉각 앱으로 전달했다. 이어 4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좋은이웃들 봉사단, 6월 대한약사회 소속 약국 종사자가 합류했다. 동네 약국은 서울 지역 시범 운영을 거쳐 전국 2만5천여 곳으로 발굴망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는 금융 위기 가구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발굴 범위를 한층 넓히고 있다.
기존 단전, 단수 등 47종의 위기 정보에 더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중지자, 서민금융진흥원의 취약 채무자, 금융감독원의 불법 사금융 피해자 정보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추가 연계한다.
불법사금융 피해구제센터와 법률구조공단 역시 위기 가구를 지방정부로 긴급 의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채무 상담 중 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앱을 안내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연말에는 임대주택 주거복지사(주택관리공단), 기부식품 지원센터(그냥드림), 순찰 및 출동 현장의 경찰관(경찰청)까지 연계망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누구나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민관 협업을 지속 확대하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현장 중심의 복지위기 알림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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