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면 간장에 짭조름하게 조린 음식이 생각난다. 특히 따뜻한 흰쌀밥 위에 양념이 촉촉하게 밴 반찬을 올려 먹으면 별다른 국이나 찌개 없이도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장조림이라고 하면 소고기나 메추리알부터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선뜻 만들기 어렵다.
이럴 때 활용하기 좋은 식재료가 꽈리고추다. 꽈리고추는 멸치와 함께 볶아 먹는 반찬으로 익숙하지만,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단독으로 요리해도 맛이 좋다. 특히 간장 양념에 푹 익히면 아삭했던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짭조름한 양념이 스며들어 밥과 잘 어울린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멸치나 고기 없이 만드는 '꽈리장조림'이다. 기름진 고기 장조림과 달리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있고, 식은 뒤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밑반찬으로 준비하기 좋다. 지금부터 꽈리고추 손질법부터 간장 양념 비율, 부드럽게 조리는 방법까지 알아본다.
꽈리고추 손질법과 재료 준비
꽈리장조림을 만들 때는 꽈리고추의 상태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표면에 잔주름이 있고 선명한 녹색을 띠며, 만졌을 때 물렁하지 않은 고추를 고른다. 너무 오래 보관해 끝부분이 마르거나 물러진 고추는 조리 후에도 식감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요리는 2~3인분 기준으로 꽈리고추 30개, 물 1/2컵, 다진 마늘 1/2큰술, 진간장 2큰술, 설탕 1작은술, 식용유 1큰술, 깨소금 1큰술, 들기름 1작은술을 준비한다.
우선 꽈리고추를 흐르는 물에 두세 번 씻는다. 표면에 주름이 많아 사이사이에 먼지가 남을 수 있으니 손으로 가볍게 문질러 씻어준다. 이후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키친타월로 남은 물기를 닦는다.
꼭지는 손으로 잡아 떼어내되, 꼭지 바로 아래의 단단한 부분까지 깊게 잘라내지는 않는다. 고추 끝이 크게 벌어지면 조리는 동안 씨가 빠져나오거나 모양이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질한 꽈리고추에는 이쑤시개나 포크로 구멍을 한두 군데씩 낸다. 겉껍질이 비교적 질긴 꽈리고추는 그대로 조리하면 양념이 겉돌 수 있는데, 작은 구멍을 내주면 간장 양념이 안쪽까지 스며들기 좋다. 특히 굵고 긴 고추는 두꺼운 부분에 구멍을 내는 것이 좋다.
한편 꽈리고추는 같은 봉지에 들어 있어도 매운맛이 제각각이다. 일부 고추는 일반 풋고추보다 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매운맛에 민감하다면 조리 전에 작은 조각을 맛보고 확인하는 편이 좋다.
꽈리장조림 간장 양념 만드는 법
꽈리장조림은 고추 자체의 맛이 담백하기 때문에 간장 양념의 비율이 중요하다. 간장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고추가 익기도 전에 짠맛이 강해지고, 반대로 물이 많으면 양념이 묽어져 조림 특유의 깊은 맛을 내기 어렵다.
우선 작은 그릇에 진간장 2큰술과 물 1/2컵을 넣는다. 여기에 설탕 1작은술과 다진 마늘 1/2큰술을 더한 뒤 설탕이 녹을 때까지 잘 섞는다.
진간장은 꽈리고추에 짭조름한 맛과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더한다. 설탕은 간장의 짠맛을 부드럽게 해주고, 다진 마늘은 고추 특유의 풋향을 줄이면서 감칠맛을 더한다.
이때 간장을 처음부터 더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조림은 수분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양념의 농도가 진해지기 때문에 처음 간이 적당하더라도 완성될 무렵에는 짜질 수 있다. 간장 2큰술로 시작한 뒤 마지막에 맛을 보고 부족한 간을 추가하는 편이 좋다.
또한 꽈리고추를 부드럽게 조리하려면 양념이 너무 빨리 졸아들지 않아야 한다. 물 1/2컵은 고추가 익는 동안 수분을 공급하고, 간장이 팬 바닥에 눌어붙는 것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들기름은 양념장에 미리 넣지 않고 조리를 마친 뒤 사용할 예정이다. 특유의 고소한 향을 마지막까지 살리기 위해서다.
꽈리장조림 맛있게 조리는 법
재료와 양념장을 준비했다면 넓은 프라이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손질한 꽈리고추를 넣는다. 이어 주걱으로 고추를 가볍게 뒤집어가며 약 2분간 볶는다. 고추 표면에 기름이 고르게 묻고 일부 껍질이 살짝 주름지기 시작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때 고추를 지나치게 오래 볶을 이유는 없다. 장조림은 바삭하게 볶는 반찬이 아니라 간장 양념이 배어들도록 부드럽게 익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겉면에 기름을 가볍게 입혀주는 정도로만 볶는다.
이어서 미리 섞어둔 간장 양념장을 팬에 모두 붓는다. 양념이 끓기 시작하면 고추를 한 번 뒤집어준 뒤 뚜껑을 덮고 약 6~7분간 익힌다.
뚜껑을 덮으면 팬 안에 수증기가 머물면서 꽈리고추가 골고루 익는다. 특히 두꺼운 고추도 속까지 부드러워져 오래 씹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식감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뚜껑을 열고 꽈리고추를 뒤집는다. 고추의 윗부분까지 간장 양념이 묻도록 주걱으로 골고루 섞은 뒤 다시 뚜껑을 덮어 약 4~5분간 더 익힌다.
고추가 처음의 밝은 녹색에서 짙은 카키색으로 변하고 손끝으로 눌렀을 때 부드럽게 휘어진다면 거의 완성된 상태다. 이때 고추 하나를 집어 먹어보면 껍질이 질기지 않고 간장 양념이 속까지 배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뚜껑을 열고 약 2~3분간 더 조리해 양념을 졸인다. 팬 바닥에 국물이 2~3큰술 정도 남을 때까지 고추를 뒤집어주면 간장 양념이 표면에 윤기 있게 달라붙는다.
국물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 것이 좋다. 꽈리장조림은 약간의 간장 국물이 남아 있어야 밥 위에 올려 비벼 먹기 좋고, 냉장 보관한 뒤에도 고추가 지나치게 마르지 않는다.
조리를 마쳤다면 들기름 1작은술과 깨소금 1큰술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깨소금은 통깨를 손가락으로 으깨거나 절구에 살짝 빻아 사용하면 고소한 향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완성된 꽈리장조림은 깊이가 있는 작은 반찬 그릇에 담고 남은 간장 국물을 끼얹는다. 푹 익은 꽈리고추는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며, 입안에서는 짭조름한 양념과 고추 특유의 은은한 매운맛이 어우러진다.
특히 갓 지은 흰쌀밥 위에 꽈리고추 두세 개를 올리고 간장 국물 한 숟가락을 더하면 밥을 비벼 먹기에도 좋다. 고추를 가위로 잘게 잘라 밥과 섞으면 양념이 고르게 퍼져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남은 꽈리장조림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조림 국물을 고추와 함께 넣어두면 보관하는 동안 고추가 마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냉장 보관한 반찬은 가급적 2~3일 안에 먹고, 덜어낼 때는 물기가 없는 깨끗한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냉장고에서 꺼낸 꽈리장조림을 따뜻하게 먹고 싶다면 팬에 담아 물 1~2큰술을 더한 뒤 짧게 데우면 된다. 남아 있는 간장 양념이 다시 풀어지면서 고추에 촉촉한 윤기가 살아난다.
<꽈리장조림 레시피 총정리>꽈리장조림>
■ 요리 재료
꽈리고추 30개, 물 1/2컵, 다진 마늘 1/2큰술, 진간장 2큰술, 설탕 1작은술, 식용유 1큰술, 깨소금 1큰술, 들기름 1작은술
■ 레시피
① 꽈리고추 30개를 깨끗하게 씻고 꼭지를 제거한다. 물기를 닦은 뒤 이쑤시개로 고추마다 구멍을 한두 군데 낸다.
② 작은 그릇에 진간장 2큰술, 물 1/2컵,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2큰술을 넣고 골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③ 프라이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꽈리고추를 넣어 약 2분간 가볍게 볶는다.
④ 미리 만든 간장 양념장을 모두 붓고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어 약 6~7분간 익힌다.
⑤ 뚜껑을 열어 고추를 뒤집은 뒤 다시 덮고 약 4~5분간 더 익힌다. 고추가 짙은 카키색으로 변하고 부드럽게 휘어지는지 살펴본다.
⑥ 뚜껑을 열고 약 2~3분간 더 졸여 국물이 2~3큰술 정도 남도록 한다.
⑦ 들기름 1작은술과 깨소금 1큰술을 넣고 가볍게 버무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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