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최근 유행했던 숏폼 영상 중 yung lean(영린)의 ‘storm’을 아시는지? 그 영상이 퍽이나 마음에 들어 이리저리 검색하다 영린의 이런저런 영상들을 다 돌려보게 되었다. 오호, 클라우드 랩의 선구자라고? 어릴 적부터 올린 영상이 참 많기도 많아서 보다가 도중에 하차했다. 그런 그의 일상을 훔쳐보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계정을 염탐하다 보니 최근에 그는 직접 그린 그림들로 전시를 준비 중이었다.
생각해 보니 재작년까지인가, 검정치마의 일상 글 속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요새는 왜인지 그림 관련 소식이 없지만.) 그리고 나이를 더 먹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도. 개인적으로 검정치마의 노래를 너무너무 너무 좋아하니까 그가 그린 그림 전시가 있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든다. 그림을 그리는 건 대단하고 정교하고 멋진 그림이 아니라 세계관을 짜는 과정인지도 모른다고. 이들은 음악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언가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된 게 아닐까?
은퇴하거든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말한 봉준호 감독도 있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 내기에 돈과 품이 많이 드는 과정의 생략과, 영상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조금 더 상상력이 가득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테니 그의 그런 꿈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외에, 우리에게 가장 유명하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솔비나 최근에 독특한 형식의 전시를 했던 박신양, 직접 산울림의 앨범 커버를 그려온 김창완도 있다. 아. ‘피스 마이너스 원’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론칭하며 나이키와 협업을 진행했던 권지용까지. 모두들 본업을 성공한 뒤에도 그림을 그린다.
종종 글을 쓰는 유명인들도 있지만(김창완과 장기하의 에세이를 읽은 적 있다.), 아무래도 그림이 더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많은 사람이 그림으로 자신의 무언가를 표출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려서 자신을 표현한다든지 감정을 표출한다든지 하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건 생각보다 단순한 말이다. 정말로 그냥 내가 그린 것은 ‘내가’ 그린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는 것은 내 분신이 쌓이는 것과 같아서 내가 더욱 단단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에 글과 음악과 그림이 있다면 그림이 가장 든든한 형태이자, 시각적으로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들 그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회화는 어찌 보면 ‘나’를 ‘복제'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니 유명인의 또 다른 ‘분신’ 같은 그의 작품들이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일 테고. 종종 인터뷰를 보면 ‘힘든 시기에’ ‘슬럼프에’ ‘무언가를 잊기 위해’ ‘무언가를 이겨내려고’ 그림을 시작했다는 말들을 볼 수 있는데,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외롭지 않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앞의 글에서 내 그림들이 마치 내 ‘자식’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자식은 곁에 두면 든든하다. 유명인들은 아마 으레 그렇듯 외로운 걸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란 영원한 것이니 회화의 시대는 한동안 저물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외로움이 더욱 가득해져 가는 이 시대야말로 회화의 부흥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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