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의 실험[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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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의 실험[현장]

EV라운지 2026-10-20 21:5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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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2팀이 19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를 시연하고 있다. 
가능은 하지만 현실에 막힌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도 실제 자동차에 적용하려면 비용과 안전성 등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제약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것, 자동차 연구원들의 일이다.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무대에는 일상 속 불편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연구원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트렁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장치부터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스마트 글라스, 차량 탑승자의 멀미를 줄이는 기술까지 아이디어는 다양했다. 연구원들은 직접 제작한 시제품을 선보이며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올해 본선에는 6개 팀이 올랐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 무대에 섰다. 대상은 M.S.V.2팀의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T4B팀의 ‘아이-브릿지’와 컴포트 드라이브팀의 ‘멀미 제로’에 돌아갔다. 우수상은 보디가드팀 ‘핀 프린트 시트’와 아이 캔 두 디스 올 데이팀의 ‘히어로 레코더’가 받았다.

● 트렁크 공간 다시 설계

대상을 받은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는 자동차 트렁크의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아이디어다. 트렁크 바닥판을 세 부분으로 접고 펼칠 수 있도록 설계, 바닥 아래 공간을 활용하거나 짐을 싣고 내릴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별도의 판을 꺼내거나 보관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있다. 보드를 밀고 접는 동작으로 공간을 바꿀 수 있도록 구조를 구성했다. 보드를 트렁크 바깥쪽으로 연장하면 짐을 올려놓는 받침대로 활용할 수 있고, 짐을 실은 뒤에는 다시 밀어 넣을 수 있다. 작은 물건을 잠시 올려둘 수 있는 보조 보드도 아이디어에 포함됐다.

실제로 구현하려면 보드가 움직이는 방향과 접히는 순서, 고정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러 차례 시제품을 만들고 치수와 힌지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사용자가 복잡한 조작법을 익히지 않고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구조를 다듬는 것이 관건이었다.

● 보행 안전·차량 멀미 기술로 풀다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브릿지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스마트 글라스 솔루션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이나 보행 중 주의해야 할 요소를 감지하고, 사용자가 이동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아이디어에는 로봇 기술을 연구하며 축적한 주변 환경 인식 기술을 다른 문제에 적용하려는 접근이 담겼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주변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능뿐 아니라 착용 부담을 줄이는 설계도 중요하다. 안경 형태에 센서와 배터리 등 구성 요소를 담으면서 무게와 크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다.

또 다른 최우수상 수상작인 멀미 제로는 차량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활용해 탑승자의 멀미를 줄이는 아이디어다. 멀미는 눈으로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와 몸이 느끼는 움직임 사이에 차이가 생길 때 나타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조향각과 가속도 등 주행 정보를 활용해 실내 조명과 화면에 시각적 신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차량이 회전할 때는 앰비언트 라이트 흐름을 바꾸고, 뒷좌석에서 영상을 보는 승객에게는 화면 테두리에 움직임을 나타내는 패턴을 보여주는 식이다. 승객이 차량 움직임을 시각적으로도 인지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차량 신호와 기존 실내 장치를 활용해 탑승자 불편을 줄이려는 시도다.
보디가드팀이 19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핀 프린트 시트’를 선보이고 있다. 

● 몸에 맞춰 변하는 시트…하루를 기록하는 AI

우수상을 받은 핀 프린트 시트는 탑승자의 몸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가변형 좌석이다. 시트와 등받이에 배치된 액추에이터를 활용해 좌석 표면을 조절하는 구조다. 신체 조건이 다른 사람들도 보다 적합한 형태로 좌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아이디어를 실제 시제품으로 구현하려면 액추에이터의 배치와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 좌석의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 쿠션 소재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개별 부품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탑승자가 앉았을 때의 편안함과 전체 구조의 안정성을 고려해 하나의 좌석으로 완성해야 한다.

히어로 레코더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짧은 영상으로 기록하는 아이디어다. 운전 중 촬영한 영상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추리고 자막 등을 더해 짧은 영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얼굴 표정 변화를 분석해 장면별 특징을 파악하고, 하루의 기록을 돌아볼 수 있는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 기술의 활용 범위를 주행과 편의 기능에만 한정하지 않고, 운전자의 일상과 경험을 기록하는 방향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본선에 오른 나머지 팀인 ‘늘봄’도 무대에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량이나 유모차에서 영유아의 상태를 살피고, 위험 상황을 감지하면 보호자에게 알리는 구상이다. 차량 안에서는 아이의 상태와 자세를 확인하고, 유모차에서는 주변의 위험 요소나 차도 진입 가능성 등을 인식해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에서 활용되는 인지·판단 기술을 영유아의 이동 안전에 적용하려는 접근이다.
19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이 진행되고 있다. 

● 아이디어와 양산 사이, 현실의 조건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구원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기술적 과제로 바꾸고, 직접 시제품을 제작해 해결 가능성을 살펴보는 자리다. 올해 행사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맞아 ‘디 오리진 오브 넥스트, 혁신의 기원’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출품작들은 기존 제품 사용 방식을 조금 바꾸거나 이미 개발한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 일상 불편을 줄이려 했다. 물론 시제품이 곧바로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차량에 적용하려면 성능과 안전성뿐 아니라 제조 비용, 무게, 내구성, 생산 공정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과 소비자가 사용할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다.

실제로 현장에서 나온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대상작에 대해 차박이나 짐을 싣는 용도로 활용하려면 바닥판이 얼마나 무거운 하중을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로 기술적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경영진은 실제 적용이 간단하지 않다는 현실을 짚었다. 현장에서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양산의 어려움을 내비치는 반응도 나왔다.

연구원들은 그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다. 더 편리한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복잡성과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면서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다듬어야 한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실험이다.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음 가능성도 시작된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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