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5대 시중은행장이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해킹 사태와 관련해 국회 증인석에 일제히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인공지능(AI) 기반 보안 시스템 확충과 피해 전액 배상 등을 약속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금리 운용 방식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국회의 공세도 함께 직면했다.
19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5대 은행장은 선서를 마친 뒤 최근 해킹 공격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차례로 사과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해킹 사고로 굉장히 많은 수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적하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커의 첫 침입 경로로 지목된 KB국민은행의 이환주 행장도 “신뢰를 기본으로 해야 할 금융기관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인공지능(AI) 해킹에 AI 보안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이 “해커가 가장 먼저 침입한 게 KB국민은행”이라고 지적하자, 이 행장은 “신속하게 차단하고 대응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답했다. 또 “9월 30일 오전 유관부서 세 곳이 모여 회의하는 과정에서 정보보호 담당 임원이 로그 삭제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제가 지시한 적 없고, 보고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정보 유출 피해가 집중된 하나은행의 이호성 행장도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AI 시스템을 갖추고, AI 해킹에 대비해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수료 면제 등은 이미 했고, 금융안심보험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현재까지는 (정보 유출과 관련한) 피해가 없지만, 피해가 발생한다면 전체를 반드시 배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실제 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밝힌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보안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이번에 해킹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하루에 거의 200건 이상 해킹 공격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저희 직원들이 대응하고 있는데, 조금 미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감독원이나 금융보안원과 같이 보안 체제를 유지해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2022년 구축한 차세대 통합 관제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해서 정말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해킹 사태 외에도 일부 은행의 가산·우대금리 운용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은행법 개정이 시행된 올해 7월 이후 가산금리를 6월 3.42%포인트(p)에서 8월 3.34%p로 낮추는 대신, 우대금리는 같은 기간 1.96%p에서 1.65%p로 축소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가산금리를 3.60%p에서 3.34%p로 내리면서 우대금리는 2.19%p에서 1.58%p로 줄였다.
민 의원은 “가산금리를 내리면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꼼수로 오히려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 더 커졌다”며 “은행법 개정 취지를 거스르고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무위원장인 같은 당 유동수 의원도 “국민으로부터 고혈을 빨겠다는 뜻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환주 행장과 강태영 행장은 “가산금리와 관련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세부 자료를 보고하겠다”고 답하며 직접적인 반박은 자제했다.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5대 은행장을 향한 지배구조 개선 주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은행장 연임에 가장 중요한 게 실적이라 생각하는 분 있나”라고 물었고, 5대 은행장 가운데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만 손을 들었다. 이어 “(연임에 중요한 요소가) 내부 관리인가”라고 묻자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손을 들었다.
이 의원은 “시중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며 “행장 인사는 회장 입김이 아니라 실적이나 내부통제 같은 능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서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킹 대응과 보안 투자, 고객 피해 보상, 금리 운용 관행, 지배구조 개선까지 과제가 한꺼번에 쏟아진 이번 국감에서 5대 은행장은 “재발 방지”와 “책임 있는 배상”을 거듭 약속했지만, 금융권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조치와 이행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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