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난해 일반고 1학년 100명 중 3명 자퇴…'내신 리셋'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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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지난해 일반고 1학년 100명 중 3명 자퇴…'내신 리셋' 맞나

연합뉴스 2026-10-20 06:3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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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율 지속 상승세 속 지난해 처음으로 3% 넘어

일반고 자퇴 증가 배경 두고 학원가 "내신 리셋"·교육부 "단정 불가"

현장 교사들 "학교 부적응 문제가 더 커"

9월 모의고사를 치르는 고3 수험생들 9월 모의고사를 치르는 고3 수험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내신 1등급이 아니라면 자퇴하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최근 고등학생의 자퇴율이 높아지면서 그 배경으로 이른바 '내신 리셋'을 꼽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고등학교 내신 평가 등급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치열한 교내 경쟁 등으로 1등급(상위 10%)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아예 새로 시작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면서 자퇴율이 상승했다는 주장들을 볼 수 있다.

교육부 통계 등을 통해 고교 1년생들의 자퇴가 실제로 늘어났는지, 그렇다면 그 배경에 내신 5등급제가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자퇴학생 (PG) 자퇴학생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고1 자퇴생, 3년 연속 1만명 육박…지난해 자퇴율 3.1%

교육부 통계를 보면 고1 자퇴생은 수와 비율 모두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고교 1학년생의 연도별 자퇴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9천765명으로, 전체 학생(31만6천442명)의 3.1% 수준이었다.

일반고 고1 자퇴생 비율은 2020년 1.5%, 2021년 2.0%, 2022년 2.4%, 2023년 2.6%, 2024년 2.7% 등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3%대를 기록했다.

일반고 1학년생 100명 중 3명이 학업을 중도 포기한다는 의미로, 일반고의 1학년생 자퇴율이 3%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자퇴생 수도 2020년 4천779명, 2021년 6천112명, 2022년 7천880명 등으로 늘어나다가 2023년 9천373명으로 9천명을 넘어선 이래 2024년 9천346명, 2025년 9천765명 등 3년 연속 1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올해 1학기 전체 자퇴생(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일반고·특성화고 포함) 통계에 따르면 고1 자퇴생 수는 9천796명으로, 지난해 연간 자퇴생 수(1만5천182명)의 64.5%에 해당한다.

최근 특목·자사고의 자퇴생 수가 감소 추세인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고 자퇴생 수가 그만큼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인포그래픽 생성기 사용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인포그래픽 생성기 사용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 5등급제 도입 첫해 고1 자퇴율 소폭 증가…학원가 "내신 영향"·교육부 "단정 불가"

일반고 1학년의 자퇴 배경을 두고서는 '내신 리셋' 분석이 많다.

내신 5등급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일반고 1학년생의 자퇴 비율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늘어났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2023년, 2024년의 전년 대비 일반고 1학년 자퇴생 비율 증가폭은 0.2%포인트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종로학원은 올해 6월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지난해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1학년생이 1만45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며 1등급 탈락의 부담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존 9등급제의 1등급(상위 4%)에 비해 5등급제에서 1등급 비율(상위 10%)이 높아진 만큼 1등급에 들지 못할 때의 부담이 커지면서 아예 자퇴 후 재입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게 종로학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자퇴생 수 증가폭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만큼 내신 5등급제를 자퇴 증가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또 실제 자퇴생의 내신 등급을 분석해 보면 하위 등급 학생이 많은 상황이라 상위권 학생의 내신 리셋을 위한 자퇴라는 주장과는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그 근거로 올해 7월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해 고1 자퇴생의 평균 등급이 5등급제를 기준으로 할 때 3.7등급이라고 밝혔다. 이를 9등급제로 환산하면 6.7등급에 해당해 2023년의 6.2등급, 2024년의 6.3등급보다 더 낮아진 수준이다.

교육부는 또 지난해 고등학교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올해 다시 입학한 규모나 재·편입학 역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내신 리셋'을 위해 다시 입학하는 학생이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종로학원이 이달 15일 학교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특목고·전국 단위 자사고·영재학교 73곳의 학업 중단자는 189명으로 전년(244명)보다 22.5%(5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리셋' 차원에서 상위권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자퇴생이 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실제 이들 학교에서의 학업 중단자(자퇴·퇴학 등)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내신 5등급제 관련 Q&A 자료 교육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내신 5등급제 관련 Q&A 자료

[교육부 블로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현장서도 자퇴 증가 체감…"강남 등 '학군지'에선 흔해"

일선 교사들은 체감상 자퇴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인천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교사 현모 씨는 "몇 년 전 담임을 맡은 반에서 30명 중 3명이 자퇴했는데 예전에는 전교 자퇴생을 다 합쳐야 이 정도였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더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교사들은 지역이나 학교에 따른 편차가 크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지역 등 소위 '학군지'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기 지역 고교 교사 김모(47)씨는 "서울 강남에선 '내신 리셋'을 하려고 자퇴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학군지가 아니면 1등급이 아니라고 자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고교 교사인 또다른 김모(40) 씨도 "강남 학군지나 자사고 같은 곳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평범한 곳이어서 그런지 내신 5등급제로 자퇴생이 늘어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지역 학부모와 교사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한 교사 이모(40대) 씨는 "강남에선 자퇴가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강남지역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유모(47) 씨도 "한 학년이 300여명쯤 되는데 지난해 1학년생 30명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한 반이 사라진 셈"이라면서 "정시 비중은 자꾸 줄어들고 수시로 가려면 내신이 중요하다 보니 주로 2등급 애들이 1학년 말에 자퇴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2026년 행정구역별 학업 중단율 및 중단 사유'를 보면 지난해 서울 전체 일반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 2천884명 중 28.3%(816명)가 강남 3구 학생이었다. 또 강남 3구의 학업 중단 학생 중에서는 고1이 473명으로 58%를 차지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내신으로 인한 자퇴는 극소수…'학교 부적응' 학생 늘어난 영향 커"

일선 교사 중에는 '내신 리셋'을 위한 자퇴는 일부 지역에 국한돼 나타나는 현상일 뿐, 전반적인 자퇴생 증가에는 내신보다 학교 적응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교사 현씨는 "순수하게 내신 때문에 자퇴하는 학생은 극소수일 것"이라면서 "'정서적 위기 학생'이라고 부르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취재에 응한 다른 교사들도 공통으로 "실제 자퇴하는 애들은 내신이 아닌 학교 부적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올해 7월 내놓은 내신 5등급제와 자퇴생 증가의 상관관계와 관련한 질의응답(Q&A) 자료는 "대인관계 및 심리·정서적 요인에 의한 학교생활의 어려움, 해외 출국, 질병 등 복합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교사인 김 씨도 "성적이 안 나와도 학교에 친구가 있고, 학교생활이 즐거우면 아이들이 버티지만, 성적도 안 좋은데 같이 고민을 나누고 응원해줄 친구마저 없으면 쉽게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에서 14년간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한 문모 씨도 "아이들이 성적 하나만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상담해보면 성적과 동시에 교우관계 등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자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자살위험군을 포함해 '관심군'으로 분리된 학생 비율은 4.6%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이런 조사에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관심군'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11월 수능을 앞둔 한 고등학교 교실 전경 2024년 11월 수능을 앞둔 한 고등학교 교실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 영향 속 관계 형성 어려움도 원인…내신제도 변화 영향 지적도

자퇴생 증가의 배경을 두고 지난해부터 내신 5등급제와 함께 도입된 고교학점제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문 씨는 "고교 학점제로 이동 수업이 늘어나면서 같은 반이라고 해도 같이 수업을 듣지 않으니 반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동체성이 사라지고 학생들이 개인주의화 되면서 고민이 생기거나 고립됐을 때 도움이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2020∼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제한 등교에 따른 학생들의 관계성 형성 부족, 학급 학생 수 감소, 기존보다 자퇴를 덜 심각하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 등도 자퇴율 상승에 영향을 끼친 요인들로 지목된다.

내신 부담을 줄이기 위한 5등급제 전환에도 일반고를 중심으로 내신 부담이 여전한 점도 지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특목·자사고는 내신 부담 완화와 함께 교육과정의 특성이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에 자퇴생이 줄고 있지만 일반고에선 1등급 이탈이 우려스러운 일로 부각된 것"이라며 "내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퇴가 늘었다고 해도 정책 의도와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고1 자퇴 증가의 원인을 점검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PG) 학교 밖 청소년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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