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식을 줄 모르는 데다 주요 기업들이 수년 뒤까지 공급 부족을 예고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상승세에도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입증하고 있다.
이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한 7631억대만달러(약 31조7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것으로, 매출 역시 50.9% 늘어난 1조4942억대만달러(약 62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도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16억6200만유로, 순이익 49억6000만유로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ASML은 고객사들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면서 2028년까지는 현재 계획된 장비 공급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고객사는 이미 2029~2030년 장비 발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생산능력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도 가파르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5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기업인 만큼 메모리 시장의 수급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도 지난 8월 발표한 최근 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51% 증가한 8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브로드컴 역시 최근 분기 매출이 86% 증가한 29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AI 반도체 매출은 221% 급증한 167억달러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의 주요 서버 제조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도 3분기 매출이 47% 증가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곳곳에서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HBM과 범용 메모리의 동반 성장 가능성이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 첨단 D램 생산능력이 집중될수록 범용 D램의 공급 확대가 제한돼 메모리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사업 성장세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브로드컴과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향후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른 추가 수주 기회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차세대 HBM5 및 첨단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도 장기적인 AI 메모리 공급·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HBM4가 탑재되는 등 제품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면서 고부가 메모리 공급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의 대역폭뿐 아니라 서버용 D램의 용량과 스토리지의 데이터 처리 속도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량 DDR5와 고성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투자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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