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전통춤에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몸짓으로 전하는 춤이 있다. 마을의 안녕과 가족의 건강,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던 무속 의례는 노래와 음악, 춤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예술 행위였다. 국립국악고등학교가 선보이는 ‘무당춤’은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인간의 염원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무당춤’은 한국 무용가 강선영의 대표작으로, 1962년 국립무용단에 의해 초연됐다. 경기도와 평안도 굿을 바탕으로 춤과 음악을 구성했으며, 한국 무속의 몸짓을 공연 예술의 언어로 풀어냈다. 지승환이 안무를 재구성한 국립국악고등학교의 무대는 작품에 담긴 전통적 의미를 오늘날의 관객에게 전하는 데 주목한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속 의례에서 춤이 담당했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굿은 신에게 소원을 비는 행위에 그치지 않았다.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고, 질병과 재난으로 인한 불안을 달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으는 의례였다. 무당의 춤과 노래, 장단은 의례의 진행을 이끌었고, 참여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바람을 함께 표현했다.
무속에서 춤은 신과 인간을 잇는 의례적 표현이자 공동체의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몸을 움직이고 장단에 반응하는 행위에는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맞이하려는 바람이 담겼다. ‘무당춤’은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무대에 옮기면서 한국 무속춤이 지닌 상징과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작품의 바탕이 된 경기도와 평안도 굿은 지역별 무속 문화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한국의 굿은 지역에 따라 의례의 구성과 음악, 춤의 형태가 다르게 전승됐다. 지역의 생활문화와 신앙, 예술적 관습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다. 두 지역의 굿을 바탕으로 한 ‘무당춤’은 무속춤이 하나의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전통과 표현 방식 속에서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강선영은 토속적인 춤의 원형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문헌과 구전 전승 양상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춤을 재현하는 작업이 외형적인 동작을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춤이 발생한 문화적 배경과 의례에서의 역할을 살피고, 전승 과정에서 형성된 표현 방식을 공연 예술로 구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1962년 초연 이후 ‘무당춤’이 이어 온 의미도 여기에 있다. 무속 의례에서 비롯된 춤을 공연장에 올리는 일은 신앙의 실천과 예술적 표현을 구분하면서도 두 영역이 맺고 있는 관계를 살피는 과정이다. 의례에서 사용되던 춤과 음악은 무대에서 관객이 감상하는 예술로 새롭게 전달되지만, 그 바탕에 놓인 기원과 공동체의 정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승환의 안무 재구성은 전승된 작품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할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통춤은 원형을 보존하는 노력과 함께 후대의 해석을 거치며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전승의 근거를 존중하는 태도와 무대 예술로서의 표현을 다듬는 작업이 함께 요구된다. 특히 전통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동작의 습득을 넘어 작품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무당춤’에 담긴 기원의 의미는 한국 사회의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대와 문화가 달라도 사람들은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바라며 재난과 불안을 넘어 평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작품은 힘들었던 시간을 하늘로 보내고 인류의 평안과 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 무속의 전통적 표현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소망을 전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통춤의 가치는 오래된 형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만 있지 않다. 춤이 탄생한 시대의 생활과 믿음, 공동체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에도 있다. 무속 의례에서 출발한 ‘무당춤’은 한국 전통문화가 지닌 기원과 축원의 언어를 공연 예술로 이어 간다.
'2026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에서 선보일 국립국악고등학교의 ‘무당춤’은 전통예술 교육이 동작과 기교의 전수에 머물지 않고 문화유산의 역사와 의미를 함께 익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강선영의 작품에 담긴 무속춤의 전통과 지승환의 재구성 작업이 만나는 무대에서 관객은 한국 춤의 뿌리와 그 안에 담긴 평안의 염원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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