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적도를 따라 수많은 섬이 펼쳐진 인도네시아에는 바다와 강,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일상이 있다. 갓 잡은 생선을 훈제해 밥상을 차리고, 강 위에서 전통 보트 경주를 벌이며, 바다 한가운데 자신만의 양식장을 일군 주민들까지. 자연환경에 따라 달라진 생업과 음식, 놀이에는 섬마다 이어져 온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세계테마기행’ '섬⋅숨⋅삶, 인도네시아'는 프리다이버 김선영과 함께 자바와 수마트라, 암본, 말루쿠를 찾아간다. 지역의 먹거리와 전통 축제, 독특한 자연환경을 살피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난다.
■자바의 바다와 내륙, 생선과 소금에 담긴 생활의 지혜
자바섬 북부 해안의 렘방에서는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은 주민들의 하루가 펼쳐진다. 타시카궁 어시장에는 갓 잡은 생선을 사고파는 어부와 상인들이 모인다. 인근 플라왕안에서는 생선을 손질한 뒤 연기를 입혀 보존하는 전통 조리법을 만난다. 훈제 생선 이칸 아삽에는 해산물을 활용해 식탁을 꾸려온 지역의 식문화가 담겨 있다.
카리문자와 제도에서는 프리다이빙으로 바닷속을 탐험하고 선셋 비치에서 노을을 감상한다. 큰믄장안섬의 상어 사육장에서는 부유식 그물 가두리에서 관리되는 흑기흉상어와 자이언트 그루퍼를 살펴본다. 해안의 풍경을 넘어 인도네시아 바다가 품은 생태 환경을 들여다본다.
내륙의 블레두그 쿠우에서는 진흙과 가스가 분출하는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끈다. 함께 솟아나는 지하수에는 퇴적층의 염분이 섞여 있어 소금 생산에 활용된다. 인근 조노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염분을 머금은 지하수로 소금을 만든다. 대나무를 활용한 생산 방식에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생활 자원을 마련해온 주민들의 경험이 담겨 있다. 바다에서 얻은 생선과 땅속에서 길어 올린 소금은 자바의 자연이 주민들의 생업과 식탁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보여준다.
■수마트라의 강과 들판, 보트와 소와 오리가 벌이는 경주
수마트라에서는 전통 놀이와 축제가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쿠안탄 싱잉이의 쿠안탄강에서는 보트 경주 파추 잘루르가 열린다. 선수들이 노를 젓는 동안 뱃머리에서는 투캉 타리라 불리는 춤꾼이 흥을 돋우고, 투캉 온자이는 보트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여러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경주는 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지역 공동체의 축제다.
서수마트라의 고원 도시 파야쿰부에서는 수확을 마친 논을 무대로 소 경주 파추 자위가 진행된다. 미낭카바우 문화권에서 이어져 온 놀이로, 지역에 따라 소의 크기와 숫자, 경기 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 진흙이 남은 논을 달리는 소들의 모습은 농경사회에서 비롯된 놀이가 지역 축제로 이어져 온 모습을 보여준다.
오리가 주인공인 파추 이티악도 이색적이다. 오리들이 일정한 거리를 날아가는 경기로, 1,000m가 넘는 구간을 비행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경기 방식과 오리 훈련법을 살펴보며 아이들의 놀이에서 유래한 경기가 지역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은 과정을 소개한다.
파숨파한섬의 한적한 풍경에 이어 미낭카바우 사람들의 전통 가옥 루마 가당도 만난다. 독특한 지붕 형태가 특징인 이 가옥은 지역의 가족제도와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공간이다. 미낭카바우 사회는 모계 혈통과 여성 중심의 재산 상속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새 출발을 앞둔 신혼부부를 만나며 가족과 공동체를 이어가는 지역의 생활문화를 살펴본다.
■암본의 소라 악기와 민물장어, 자연과 공존하는 사람들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의 암본은 향신료 무역의 역사와 다채로운 지역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도시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에서는 전통 의상과 음악, 춤이 어우러진 행렬이 펼쳐진다. 특히 소라 껍데기로 만든 악기 타후리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장인의 작업 공간에서는 소라 껍데기를 악기로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며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지역 음악문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만난다.
라리케 마을의 와일렐라강에서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이 빨래와 물놀이를 하는 강에 대형 민물장어가 서식한다. 현지에서 파왕이라 불리는 사람이 먹이를 주고 관리하는 장어들은 마을의 특별한 볼거리다. 강을 생활 공간으로 이용하는 주민들과 장어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지역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보여준다.
울창한 숲에 자리한 타에노 폭포에서는 쏟아지는 물 아래에서 섬의 자연을 경험한다. 농막에서 만난 노부부는 아홉 자녀를 키워낸 뒤 물가에서 캉쿵 아이르를 재배하며 살아간다. 공심채로 알려진 이 채소는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먹는 식재료다.
라하 마을의 어시장에서는 고깃배가 들어오면서 분주해지는 해안의 일상을 담는다. 주민들은 갓 잡은 생선을 사고팔고, 신선한 생선을 구워 먹으며 바다에서 얻은 먹거리를 즐긴다. 소라 악기와 민물장어, 폭포와 어시장을 통해 암본의 자연과 주민들의 생활을 살펴본다.
■말루쿠의 향신료와 하트 양식장, 섬에서 일군 삶의 터전
인도네시아 동부의 말루쿠 제도는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유럽 열강이 향신료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던 역사로도 알려져 있다. 세람섬 북쪽의 사와이 마을에서는 바다를 앞마당처럼 끼고 이어진 가옥과 골목길을 만난다. 주민들과 산에 올라 육두구를 수확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육두구를 활용한 디저트 콜락 팔라도 맛본다. 과거 국제 무역의 주요 상품이었던 향신료는 오늘날에도 지역 주민들의 생업과 음식문화에 이어지고 있다.
생활용수가 넉넉하지 않은 섬마을에서 공동 물터 아시나후는 빨래와 목욕, 수영을 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쓰인다. 밤이 되면 주민들은 작살을 들고 바다로 나가 오징어와 해삼 등 해산물을 잡는다. 이른 아침에는 인근 올롱섬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이 선착장에 모인다. 배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바닷길이 섬마을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세람섬의 크람바 친타에서는 바다 한가운데 조성된 하트 모양 양식장을 만난다. 한 남성이 산호석을 쌓아 만든 이곳은 바다 위에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장성한 아들과 함께 운영하며 찾아오는 여행자도 반긴다.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데서 나아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파루아섬에서는 사구야자의 속을 갈아 전분을 얻는 과정을 체험한다. 이 전분으로 만드는 말루쿠의 전통 음식 파페다도 소개한다. 독특한 식감과 조리법을 통해 섬의 식생활을 살펴본다. 여정의 끝에 만나는 몰라나섬은 무인도처럼 보이지만 한 가족이 살아가는 곳이다. 말루쿠의 여러 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일상은 자연환경과 생활방식이 서로 다른 가운데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는 인도네시아의 모습을 전한다.
‘세계테마기행’ '섬⋅숨⋅삶, 인도네시아'는 19일부터 22일까지 매일 오후 8시 40분에 4부작으로 EBS1에서 방송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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