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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을 들여 ‘만능 척척 머슴’을 고용했다. 이제 귀찮은 일은 도맡기고 안락한 삶을 즐길 일만 남았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그게 아니다. 머슴녀석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하고, 실수라도 할라치면 주인이 화들짝 나서야 한다. 몸은 한결 편해졌다만 기대했던 해방과는 거리가 멀다.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이른바 FSD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명칭을 그대로 해석하면 ‘완전자율주행’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테슬라는 현재 이 기능이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항상 감독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사람이 계속 감독해야 하는 기능에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런 모순을 의식한 듯 FSD 뒤에는 늘 ‘(감독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차라리 ‘완전자율주행(단, 완전자율 아님)’이라고 적는 편이 더 온당할 성싶다.
FSD는 조향과 차선 변경부터 주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행 동작을 수행한다. 운전자들이 꿈꿔온 자율주행의 모습에 상당히 근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전자의 감독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행 FSD는 운전의 수고를 덜어줄지언정 안전운전 의무와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돌린다.
문제는 FSD라는 명칭이 이러한 한계를 가린다는 점이다.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표현도 충분히 강한데 그 앞에 ‘완전한’이라는 뜻의 ‘Full’까지 붙어 있다. 감독이 필요하지 않고 안전·사고 책임도 테슬라가 지는 완전자율주행 기술로 오인할 소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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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FSD 명칭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테슬라는 독일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명칭을 ‘테슬라 어시스티드 드라이빙(Tesla Assisted Driving·테슬라 주행 보조)’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이후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의 테슬라 웹사이트에는 변경된 이름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이름이 바뀔까. 현재 테슬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이라는 명칭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해외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당장 명칭 변경을 추진하거나 관련 제도를 손볼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상품 명칭에 개입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관련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며 “유사수신업체처럼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특정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령 사례가 있지만, 이를 FSD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FSD라는 이름은 기술 수준을 정확히 전달하기보다 기대감을 부풀리려는 마케팅 기교의 냄새가 짙다. 이러한 기교는 운전자의 과신을 부르고 자칫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테슬라의 자발적인 명칭 변경이든 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든 일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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